작성일 : 1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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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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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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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을 처음 뵌 때가 1998년인가로 기억됩니다.
삶의 방향성을 잃고 내부에서 부글거리던 분노와 좌절만으로 힘들어 하던 제게, 친
구가 소개해준 “전생여행”은 큰 희망의 충격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이 저를
바로 선생님께로 인도 한건 아니었습니다. 많은 망설임과 게으름으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용기를 내어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 일은 제 인생의 turning point가 되었
습니다. 사실 이번 전시의 제목을 “turning point"로 할까도 생각 했습니다. 많
은 시간 동안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지금도 그러하시지요. 세월이 흐르며 삶의
문제점이 하루아침에 해결된 건 아니었고 인생은 쉼 없이 벌어지는 난관들로 힘들
었습니다. 치료의 과정을 통해 신기하게도 그 어려움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조
금 씩 침착해지는 제가 있었습니다. 외부적인 어려움이 변했다라기보다도 그것들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바뀌어 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는 삶에서 선생님과
의 대화는 삶의 방향성을 확인해가는 소중한, 그리고 꼭 필요한 시간들 이었습니
다. 사진가로서 직업의 의미를 되새기고 큰 것을 바라기보다 제 상황에서 할 수 있
는 것을 찾아서, 세상에 대해 마음을 여는 과정은, 한줄기 빛처럼 영혼에 스며들어
가족과의 행복도 찾게 해주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유유자적 하는 마음, 그것
은 새로운 집중을 향해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전시제목을 유유
자적으로 정했습니다. 촬영의 결과물들을 보고 그냥두기 아깝다고 전시를 권유한 것
도 저를 아끼는 아내의 마음이었습니다. 2013년 3월20일! 이후가 어찌되건 상관없
이 이번전시가 긴 치료과정의 소중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삶의 시금석이 되리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선생님
께 감사의 편지를 씁니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선생님의 존재가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길 기원합니다. 아래의 글은 이번 전시의 도록에 실릴 인사말의 전
문입니다.
ps: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항상, “과거의 좌절이나 방황들이 그 자체로 가치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지금이 행복하다“라고 말합니다.
인사말.
꽃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제 마음을 끄는 것은 아주 다양 합니다. 다만 이
쯤에서 작은 꽃 잔치를 벌여보는게 어떨까하여, 아내의 권유를 결정의 동기로 삼았
습니다. 30년 이상의 삶에 가족과 카메라만이 곁에 있었습니다. 초여름 어느 맑은
날,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쉼 없이 흔들리는 꽃 한 송이가 시선을 끌기에, 마음을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참 많았지만, 필요한 것들은 넘쳤고, 부족한
것들은 언제나 조급함과 짜증 같은 좌절의 불협화음을 남겼습니다. 결국 욕망의 대
부분을 내려놓고 유유자적하며, 가진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영감을 찾고자 했습니다.
바쁘고 경황없는 세상살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사진 작업은 쓸데없는
고민과 방황을 밀어내는 정화와 단순화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밤늦게 홀로 지방촬영을 떠나는 나에게 친구는 외롭겠다고 위로를 거듭했습
니다. 외로움? 젊은 날 가슴속에 불치의 상처처럼 깊이 박혀있던 단어였지요. 의식
하지 못하는 사이에 망각 속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가 버렸습니다. 외롭지 않고 즐겁
다고 설명하려다 그만 두었습니다. 그 친구도 외로움이라는 허상으로부터 벗어나는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사의 마음만 남아 있습니다. 방황이 적지 않았던 남편에게 불만대신 격려와 조언
이라는 훌륭한 방식을 택해준 아내, 부모가 자신을 무척 사랑한다는 것을 한순간도
의심치 않는 딸, 가족은 신이 주신 최상의 선물입니다. 가족을 생각만 해도 행복
할 수 있다는 것은 벅찬 감동입니다. 가족이 있게 해주신 처가와 친가의 부모님과
형제들께 감사드리고 모두 행복하시길 기원 합니다.
사진의 길을 선택하도록 해준 친구 심상진박사와 그 일가, 옆에서 끝없이 지켜봐주
신 지인들, 친구들, 그리고 빛바랜 추억같이 오래된 직장의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항
상 따듯함으로 남은 후배들, 현*, 상*…….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의 디자인을 맡아
준 김성*씨, 모두들 감사합니다. 전시를 격려하고 많은 시간을 내어준 친구 최 영*
작가에게, 꽃밭으로의 여행이 아름다운 나날들이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영혼의 대
화로써 삶의 항로를 유지하도록 도와주신 김 영우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릴 수
있어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지금 이 시점으로부터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여지만 있다면 행복 할 것입니
다.
따듯하거나 강렬했던 햇살과 눈앞에 아롱대던 꽃잎들, 코끝을 스치던 아련한 꽃향
기, 느닷없던 한줄기 소낙비, 조용히 다가와서 목덜미를 스친 흔적 없는 바람, 피
곤함에 언뜻거리던 차창밖 풍경들, 끝없는 지리산능선과 둘레 길을 걸으며 동행들
과 나누었던 배려의 교감들……. 주어졌던 찬란한 순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가
집니다.
열심이라기보다는 축복 같은 체험들을 즐겼습니다. 이 체험들을 내 가족과 함께하기
를, 나아가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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