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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11-24 00:00
* 편지
 글쓴이 : 김영우
조회 : 4,014  
선생님.

바람은 차지만 가을하늘 못지않은 청정한 하늘을 날마다 봅니다.
가을은 가을대로,겨울은 겨울대로 저마다 아름다워요.

두달 가까이 때려눕힐것처럼 지속되던 분노의 감정은 이제 조용해졌습니다.
약을 먹지않고 아주 부드럽게 잠이 드는 날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어요.

지난 일년간 선생님께 최면치료를 받으면서 1시간 치료받으면 이후 100시간쯤
은 그 내용을 되짚어보며 지내곤 했습니다.1년동안 그저 3 生이었지만,하나하
나가 제겐 무거웠어요.

지금도 모든 장면 하나하나를 또렷이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제 저는 3
生 전체를 관통하여 흐르는 "나"를 바라봅니다. 그 모든 삶에 지금의 제가 있
네요.

어쩌면 멀고먼 먼 미래의 "나"도 거기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치료때 아주 선명하게 보았던 일본승려의 삶을 자주 생각했었습니다.
함께 말을 달리던 어린 시절의 친구는 헤어진 "그"로 느껴집니다.

"네가 무얼하든 내가 도와줄께 ."하던 밝고 산뜻한 목소리의 느낌이 자주 마음
에 닿았습니다.
"무얼하든 도와준다더니 세세생생마다 무슨 도움이 이런가요?"하고 그를 향해
묻습니다.

새로 집권하게 된 정권에 속한 집안의 청년으로 부하고 귀하게 살 수 있었을텐
데,그런 생활이 공허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던 마음이 자주 생각났어요.

출가하여 공부와 수행속에서 진정한 평화와 삶의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
고 싶다는 바램은 언뜻 느끼기에도 고등학교때 제 마음속을 돌아다니던 것과 같
은 것이었습니다.

계율과 경전을 통해 수행하고,거기서 평화를 찾고,내가 찾은 그 좋은 것을 여
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램이 출가의 동기였는데 사문으로서의 생활은 무
언가 미흡했습니다.

계속되는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것이 4명의 행자승들과의 얽힘이었습니다.
그 모든것에 제가 어느정도 개입되어 있었지만 그들이 겪게 된 불행이 "모두 내
탓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선생님 말씀대로 자만이라고 마음 깊이 되뇌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지만 결국 모든 영혼
은 가고자하는 고유의 길이 있다는 것을 이론이 아닌 생활속에서 납득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우주의 자식이라는 점에서는 동등하다는 것두요.
어느 하나의 성장을 위하여 다른 하나를 희생시키는 그런 일은 없겠지요.

외견상 불균형이 있다 하더라도 궁극에는 모든 것이 서로의 성장을 위해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따뜻한 우주"가 아니냐고 하셨지요. 그 말씀 생각이 나요.

전 사람들과의 대화가 자유롭지 못해서 지금까지 혼자 허공을 향해 자주 말을
해 왔어요.
이따금 하소연도 하고, 답을 들을 순 없지만 질문도 하고,바램들도 많이 말하구
요.

그런데 지난 치료후 어느날,길을 걸으며 또 습관처럼 어떤 마음을 말하려다가
멈칫 했습니다.

일본승려로 산 삶의 마지막이 생각나면서 이 바램 역시 우주가 그대로 듣고 있
으리란 생각이 얼핏 들었거든요.백년이 걸리든,천년이 걸리든 원했던 그대로 돌
아올 것 같아서 긴장했어요.

언젠가 가볍게 마음에 닿았던 울림-우주가 당신의 마음을 압니다.-이 생각났습
니다. 가끔 이런 울림들과 접하게 되는 것은 예전에 제가 진단받은 정신적인
병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저는 정말로 우주가 제 마음을 세세히 알고 있을거라
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