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6-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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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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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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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나라의 월드컵전이 시작되면서 같은 날 저녁,
저의 기말시험도 시작되었답니다^^
남편도 팀장들과 응원하러 호프집으로 갔고,
저는 수요일 아침 제일 부담스러운 임상심리 시험때문에
토고 전을 보기가 부담스럽기만 했지요.
시험 한 과목을 마치고 수유역에 도착하니 밤 9시 반.
길거리는 거짓말처럼 썰렁했고 집으로 가는 버스도 텅텅 비었죠.
그런데 제 기분은 왜이리 좋았을까요.
선수들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컸기 때문이었을까요.
내내 저 혼자였지만 약간은 상기되어
"그나저나 내일 아침 임상 시험은 막막하기만 한데 시험 공부는 어쩌나" 했어
요.
결국 수유역에서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는 것을 보고 집에 도착해
혼자 경기를 다 보고 말았습니다..
애초에 시험 끝나고 집에 와 나는 혼자서 묵묵히 임상심리
시험 공부를 한다는 것이 무리였나 봐요-.-
상대 선수의 공격 때문에 아슬아슬할 때나,
우리 선수들이 골 찬스를 놓칠때마다 혼자서 TV를 봐도
저 혼자 중얼거리며 안타까워하고 두 손은 자꾸만 모아졌지요.
이천수가 동점골을 넣고, 안정환이 통쾌한 역전골을 넣을 때마다
혼자 박수치고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답니다.
꼭 4년 전, 안정환이 골든골을 넣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오른 때도
6월 18일, 이 맘때였어요. 축구 때문에 저도 모르게 많이 웃었어요.
덕분에 아침이 되면 임상심리 시험에 대한 압박은 더 심해지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이러한 축구 경기와 정신치료 과정이 계속
연결되어 선생님께 그냥 새삼스러운 편지를 보내드려요.
끊임없이 밀려오는 상대의 공격과 그에 맞서 적절히 치고 빠지고
앞에서 뒤에서 때로는 꾀를 내거나 때로는 술수를 써가면서도..
잔디에 들어선 순간 이기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몸을 부상으로부터 보호도 해야하는 점,
골을 내주어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정신을 가다듬어
나의 포지션에 충실하며 끝까지 뛰는 모습,
힘들어도, 지쳐도 포기하지 말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오로지 열심히 뛰는 선수들...
그림같은 골을 넣어 기쁨을 맛보지만 경기가 끝나기 직전까지는
단 1초도 방심할 수 없는 점, 그런 허점을 보이면 반드시 적에게
공격을 당하게 되는 것..
게을리하지 않은 훈련과 연습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고,
여기에는 감독의 정확한 전략과 선수들에 대한 분석력을 빼놓을 수가 없죠.
감독도 수많은 시도를 통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마법같은 결과를
보여주어 축구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만들어버리죠..
축구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저이지만.
4년전부터 월드컵은 우리나라에 정신력과 모두가 하나로 이어지는
연대의 엄청난 힘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어요.
참 멋지죠? 그리고 정말 놀라워요. 그러면서 무척 아름답구요.
병원이든 상담에서든 치료자와 환자가 만나
치료를 하는 과정이 이런 모습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에요.
축구를 보는 내내 제 머릿 속에는 치료가 진행되는 과정이
오버랩되기만 했답니다^^
선생님을 향해 처음으로 온갖 화를 다 퍼붓는
편지를 보내드리고 나서 느낀 점이 무척 많아요.
그럼에도 제게 "잘하고 있으니 빛 생각만 하라"고 해주신
선생님 답장이 꽤 여운이 남습니다.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저는 살짝이라도 더 성장한 듯 싶어요.
네.. 저는 조금 힘든 중이지만 잘 지내고 있고
미진하지만 당일치기든 어쨌든 시험 시작 때까지
최대한 집중해서 잘 써야 하겠죠.
기말고사를 다 치르고 방학이 되면 가벼운 마음으로
치료시간에 선생님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아, 그 전에 또 경기가 있다죠?
결과는 누구도 모르죠.
다음 치료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모르듯^^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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