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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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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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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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늘 낮에 남편과 선생님 병원을 나서며 계획을 변경해서 바로 영안실로 갔어
요. 돌아가신 시댁어른은 아흔이 거의 다 되신 분이셨죠.
파란만장한 결혼을 겪은 딸이 재혼해서 한 달 전, 어렵게 예쁜 딸을 낳았고,
그 어른은 돌아가시기 직전, 그렇게 태어난 증손녀를 보시고 눈 감으셨으니 다
행이다 여겨집니다.
돌아가신 분 가시는 길이 부디 편안하시라고, 좋은 곳으로 가셔서 잘 지내시라
는 기도를 하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선생님과의 치료를 통해 얻게 된 많은 것들 중에는 바로 이런 점도 있다는 것
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장례식장을 가서 조의를 표할 때,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며
좋은 곳으로 가게 되길 바라는 기도를 성심껏 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지
요.
사실, 장례식장 가서 아무 생각없이 향 피우고, 절하고, 상주와 인사하고..같
이 얘기하고 밤새고..그냥 그러고 오는 경우들도 많아요. 그게 장례식장 인사
다, 해서죠.
그러나 선생님과 치료를 통해 처음으로 "영혼"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고,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그림을 보고 듣게 되었으며,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느냐에 따라 그 영혼이 어떤 모습을 얻고, 어떤 길을 가
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으니 문상을 가게 되면 예전과 확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웰 다잉"에 관한 얘기들은 이제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
었습니다.
저는 이미 선생님과의 치료과정을 통해서 그 또한 자연스럽게 배운 셈이니
그동안 대단히 많은 주제들을 통합적으로 다뤘다는 것에 대해 새삼 고무됩니
다. 다른 분들의 경우는 어떤 지 모르겠으나, 제 경우는 병원을 처음 찾게 되
었을 때 이 치료를 통해 이렇게 삶의 다양한 모습들, 그에 따라 나오는 방대
한 내용들을 다루고 배우게 될 것이라고 조목조목 계획을 짰던 것도 아니었지
요..
그저 그 손바닥만한 좁은 방에서 50분씩 치료하고, 선생님과 수많은 상담을 하
며 제 상황에 맞게 한 걸음씩 걸은 결과, 정말 많은 공부와 성장이 있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되니 남아있는 저의 문제들에 대해 여유를 가질 수 있어집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과정을 밟은 결과, 드디어 오늘 같은 날을 맞았어요.
선생님의 상담이 남편에게 생각 이상으로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 환자들을 위해 수도 없이 늘 반복하셨을 그 설명과 이해를 위한 말
씀들, 병원 찾은 지 수 년만에야 남편 스스로 치료에 대한 궁금점으로 그 질문
을 선생님께 드렸습니다.
좀 오버한다 여기셔도 상관않겠습니다.
남편의 그 질문과 선생님의 충분한 답변이 오갔던 오늘,
마치 저는 역사의 한 장에 서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는 얘기를 전해드리고
싶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남편은 제게, 자기도 치료를 받아보고싶다는 말까지 했답니다..
그런 말까지 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병원을 나오며 남편에게 어려운 걸음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니
그는 주저없이 웃으며 "이젠 어렵지 않다"고도 했지요.
그런 남편을 보니 오늘 뜻깊은 시간을 가졌던 것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
다. 영안실에서, 제가 걱정하고 불편히 여기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얻은 생후 한 달 된 아기를 업고 아버지 상을 치르게 된 아가씨와
직접 만나게 된 것이 되려 더 기분 좋기도 했습니다.
저는 생각지도 않게 일찍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남편은 밤을 새고 내일 아침 일찍 장지까지 다녀오기로 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불안한 것도 많았지만, 문상 잘했고, 예쁜 아기도 잘봤고,
낮에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남편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 좋았다고 했으
니 이만하면 풍성한 하루지요.
선생님께서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늘 같은 얘기를 하시느라 피곤하시고 지치실
겁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그러한 정성과 노력을 받아먹고 사람들은 어둠에서
빛을 향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한번 한 것에서, 치료 한 두 번 한 것에서 그렇게까지 느끼기는 어
려울 겁니다.
여기까지 이렇게 온 저로서는 이쯤에서 거꾸로 뒤를 돌아보니..
그간의 선생님과의 그런 작은 만남 하나 하나가 바로 빛을 향한 노력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오늘 한 걸음 더 크게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 기꺼이 그리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점.
남편에게도 빛을 보내라고 하시던 선생님 말씀.
도대체 내가 남편에게 빛을 어떻게 줄 것이며 또, 설사 그런다고 뭐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솔직히 그림이 안 그려지곤 했었어요..
잘 안된다, 못한다 한 적도 많았으나 단언코 포기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 무르익기 시작해 오늘, 이렇게 또 한번 빛을 발휘했으
니 저는 이 과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의 이 모든 애써주심 그 하나하나를 잊지 않고 잘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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