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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6-10 00:00
* 편지
 글쓴이 : 김영우
조회 : 10,370  
산은 원장님처럼 냉혹해요.



제대로 된 길은 하나도 없어요.



모조리 울퉁불퉁하고 기울어 있고 가팔라요.



그냥 걸어도 더운데 여름에는 타죽을 듯하고



겨울에는 지독히 추울 뿐 아니라 곳곳의 빙판이 죽음의 함정을 만들고 있지요.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불면 그야말로 끔찍하지요.



제발 조금만 부드워져라 라고 아무리 빌어도 소용이 없어요.



그냥 준엄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냉혹한 자연에 온몸을 다해 적응해가면



자동차, 시멘트, 계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에 익숙해져 죽어버린 온몸
의 신경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듭니다.



거친 호흡과 심장박동, 힘들다고 비명을 내지르는 근육들, 비오듯 흘러 눈을
파고드는 땀은



때로는 사람을 고통의 극한까지 몰아넣기도 하지만



그러나 산은 곳곳에 어머니 품 같은 편안한 쉼터를 마련해 놓고 있어요.



역경을 헤치고 그곳까지 자기 힘으로 올라간 자에게만 내려주는 꿈같은 선물이
죠.



따뜻하고 평평한 바위, 따뜻한 햇살, 시원한 산들바람, 아름다운 풍경, 새소
리, 고요함이 있어요.



이 모든 것이 원장님과 너무 비슷해요.



그래서 나는 산과 원장님의 냉혹함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