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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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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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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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세상에 잠시 세들어 사는 것이므로 고통은 우리가 지불해야할 방세
와 같은 것" 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을 떠올리며 쓸쓸한 웃음을 짓곤 합니다.
이렇듯 누구나 지불하고 있는 방세 인데 그것이 제게는 왜그리도 버거운건지...
하지만 정작 견딜수 없는 건 "방세"가 아니라 "원치 않는 전세살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삶의 끈을 놓고 이 세상을 등지지 못하는건 왜인지..."모든
것은 인간의 허상일 뿐 실은 生도 死도 없는 것"이라는 불가의 가르침도 야속하
고 한스럽게만 느껴집니다.
꿈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것처럼 기억되는 일들... 이를 뽑듯 고통스러운 저의
하루하루가 쌓여 저의 청춘이 지고 저의 육신과 의식 또한 너그러워지면 그 아
픈 기억들도 그저 옛 일로 잊혀질 수 있을런지... 시간과 망각은 모든 것을 해
결한다지만 저의 절망은 극복 될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게도 꿈이 있었던가?...이제는 꿈이라는 말조차 까마득합니다. 치약 튜브
처럼 조금씩 조금씩 소진되는 삶..."나의삶이란 결국 이런 것인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 저는 성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내 나이 스물 둘에 제가 우을증 환자가 되어 있을줄
은... 좌절과 방황으로 어긋난 십대를 살아가면서도 저는 이십대의 희망을 생각
했습니다.
뭔가 부자연스럽고 제게는 부족했던 십대가 가고 이십대가 오면, 그때 저는
믿음직스럽교 지적인 젊은이가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 젊은이는 수정 같
은 이성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시대를 이야기 하고 생을 사색하고 싶었건만...
지금,그 젊은이는 없고 이제는 수면제 없이는 잠이 드는 것도 힘든 아주 젊은
신경증 환자가 있습니다..그 한심하고 불쌍한 놈을 이제는 어쩌면 좋
을지...
저는 그냥 텅 비어 버린 것 같슴니다. 무언가를 잃어 버린 것 같기도 하고 제
겐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한없이 그리
워지기도 하고 모두 등지고 뚝 혼자 떨어져 버리고싶기도 합니다.
이건 성숙을 위한 시련인 것 같기도 하고 그저 끝도 없는 정체 상태인 것 같기
도 합니다. 제 이성,제 감정 모든 것이 마비되어 가는 듯 합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자살 충동이 요즘 다시 심해 졌습니다. 제가 지금 가장 바라
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제 영혼의 영원한 소멸입니다.육신의 죽음을 넘어선 모
든 것의 완전한 소멸...
오랜 갈등 관계에 있던 아버지의 죽음은 ,방향을 알수 없는 곳에서 날아온 한방
의 총알처럼 저의 가슴에 박혀 저를 삶의 모퉁이에 푹 주저 앉혀 버렸습니다.
제 육신과 제 의식도 이제는 제 것이 아닌 듯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그토록 미
워하던 아버지에 대한 연민,그리움,죄책감.. 한번 왔다가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서글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복잡한 심경과 심적 고통
들이 저를 어두운 심연속으로 자꾸만 가라앉게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생각합니다.결심도 실행도 못하고 그저 상상만 해봅
니다.
남은 가족들이 아니였다면 저는 진작 차가운 주검이 되고 한줌 재가 되어 허공
중에 흩어졌을 겁니다. 하지만 남은 가족들에게 아버지가 주셨던 그 고통을 또
다시 감당하게 할 수 없어서 저의 마지막 책임감과 의지로 어렵게 참아가고 있
습니다.
저는 아직도 "나의 병은 내가 가장 잘 알고 나만이 치유할 수 있다"는 묘한 아
집에 사로 잡혀 박사님께 제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병
을 고치는 데도 자신의 노력과 회생의 의지가 필요한 법인데 제게는 그것조차
부족한 듯 싶습니다....
요즘은 아르바이트를 모두 그만두고 집에서 공부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아 더 불안하고 우울합니다.
넘치는 의욕과 맑은 정신으로 매달려도 쉽지 않을 시험인데, 제가 무모한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괴로울수록 공부에 집중해서 잡념
을 잊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법학이 저와는 맞지 않는 학문이 아닌가하는 심
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요즘은 현기증
과 두통을 자주 느낍니다.약을 먹어도 별로 좋아지지 않구요..
얘기가 너무 길어 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일기장에 한
줄 적는 것도 망설여집니다. 저의 말 속에 제 내면의 황폐함이 새어나오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일 터인데 마치 나만 그러한 듯 엄살
을 부리고 있는 것 같아서...
저의 청춘은 이토록 푸르른데 살아가는 일은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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