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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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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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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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날마다 제게 오는 여러 아이들 중에는 어딘가모르게 저와 비슷한 아이들이
둘 있습니다.
1학년짜리 여자아이와 3학년인 남자아이인데 둘은 다른 아이들로부터 바보취급
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합니다.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두 아이들은 몹시 거
칠고, 늘 짜증을 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거나,고음의 괴성을 1분 이상 질러대
는 등의 행동으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전 어린 시절을 침묵으로 일관했기때문에 그 두 아이와 표현방식은 달랐지만
그 둘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는 유사한 성질의 파편을 가슴에 꽂아
두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선생님이 지적하신 제 중심의 사고로 인해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도 모
르고 아니면 저의 부서진 눈이 이 아이들에게서 제 모습을 반사시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그 둘을 "사이코"라고 부를때마다 전 마음이 뜨끔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 둘을 싫어하고, 서예를 가르치는 어머니 역시 "가정교육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아이들"로 그 둘을 배척합니다.외견상 그 아이들의 태도
는 마치 "작은 악당들"이나 "예비 난봉꾼" 들 같습니다. 또래들이 그 아이들
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역시 항상 잘 대처하는 것은 아닙니다.그 아이들이 내지르는 갑작스런 괴
성은 제 신경을 금방 끊어질 듯 파르르 떨리게 만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제 마음을 이겨내고 그 아이들에게서 강하게 느껴지
는 "무언가에 대한 분노"와 "외로움","조건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단절에 대
한 불안"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천천히,따뜻한 음성으로 안아주면
두 아이 모두 놀라울만치 안정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원하는 것과 두 아이가 원하는 것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을 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사정없이 내뿜는 어둠의 산탄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위해 제 마
음을 그 아이들로부터 1m쯤 떼어둡니다. 직격탄을 맞게되면 저 역시 푹 쓰러
질테니까요.
그 1m의 간격은 제 마음과 아이들의 마음 사이에 놓인 다리같은 것입니다. 그
것을 통해 저는 이편에 있는 제 마음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동시에 다리 건너편
에서 안절부절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느낍니다.그 다리는 아이들과의 연결통로
이면서 동시에 저를 보호해주는 마음의 방파제입니다.
제 마음을 잘 보살피면서 동시에 그 두 아이에게 제가 느끼는 사랑과 연민과
이해와 공감의 마음을 최선을 다해 전달합니다.기껏해야 진심을 담은 몇마디
의 말이나 눈빛,긍정의 끄덕임,그리고 온정을 담아 머리나 등을 쓰다듬어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아이들은 제가 일관되게 보내고 있는 감정을 분명히 알
아차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마구 지껄이던 아이가 갑자기 침묵속으로 들
어가기전에 제게 한마디를 남겨주기도 합니다."선생님,저 이제부터 말하기 싫
어요."라고요.
침묵의 방에 들어가기전에 제게 남겨주는 그 한마디는 저에 대한 아이 나름의
배려이기도 하고 일종의 작별인사이기도 합니다.그리고는 일절 말을 끊어버리
지요.
그 아이들의 엄마들은 자식이 다른 아이들과 얼마나 다른지 전혀 모르고 있습
니다. 그건 제가 어릴때 제 부모님이 저에 대해 모르셨던 것과 같은 것입니다.
두 아이에게서 보게되는 제 모습때문에 저는 그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마치 저의 아픈 한 부분을 보듯 그들을 봅니다. 깊게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예
측불가능한 그 마음의 향방에 예민해 집니다.
두 아이는 제 자식이 아닙니다만 제게 오는 밝고 명랑한 아이들속에서 그 둘
은 유독 내 아픈 손가락처럼 느껴집니다.성한 것보다 아픈 손가락에 더욱 마음
이 쓰이듯 그 둘은 제게 그렇습니다.
절대하신 분께서 보시기엔 어쩌면 저도 그분의 아픈 손가락일지도 모르겠습니
다.
오랜 시간을 마음속의 잡음에 시달리며 학업도,수면도 모두 포기하다시피했기
때문에 저는 지금껏 마음속에서 울리는 소리들을 모두 괴롭게만 여겼습니다.
제가 약할때,그 무의미하거나 악의에 찬 방송들을 한없이 듣고 있어야만 했습
니다.
지금은 그 소리들이 많이 약해져 있습니다. 들린다해도 크게 휩쓸리지 않고 있
습니다. 그런데 이제 예전과 좀 다른 소리들에 접하게 되는데 ,저는 약간의 혼
란을 겪고있습니다.
지난 시간,마음속의 소리라는 것에 하도 질겁을 한 탓에 어쩐지 이 다른 소리
에 선뜻 다가가기가 망설여집니다. 망설이다가 선생님께 여쭙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은 이런 사람들을 많이 대해보셨을 테니까요.
어젯밤 잠을 자려고 누워, 눈을 감자마자 누군가와 마음속 대화를 하게 되었습
니다.
얼떨결에 일문일답을 나누었습니다.
누군가 제게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당신 자신을 용서하세요."라고요.
저는 바로 말했습니다."제게는 그런 자비한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자,"당신안의 자비가 아니라,자비안의 당신입니다." 라고 했습니다.그 이
후의 대화는,
"자비하신 분의 존재를 마음으로 느끼지만 전 그분께 다가갈 수 없습니다."
"당신은 자비안의 고립된 섬이 아닙니다. 당신은 자비의 일부도 아닙니다. 당
신은 대자비심 그 자체입니다."
"그건 절대하신 분께만 적용될 수 있는 말입니다."
"당신이 바로 절대함입니다."
"아니 그럼 제가 신이란 말씀입니까."
"당신이 경배하는 절대하신 분의 마음에는 당신과 그분이 하나입니다. 당신이
알든 모르든간에,그분이 절대하시니 당신 또한 절대합니다. 그분이 빛이니 당
신 또한 빛입니다. 그분이 "대자비"그 자체로 계시니 당신 또한 그러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러합니다."
"저를 용서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그보다,당신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은 진정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자비
심 안에서 제외당할 것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당신의 모든 마음을 무조건 안
아주세요.절대하신 분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당신을 바라보세요. "나를 바라보
는 모든 마음"이 바로 "신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세요. 자신
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절대하신 분을 부끄럽다하는 것입니다.
당신안의 선과 악을 구분짓지 마세요. 그들은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하며 함께
나아갑니다. 빛과 어둠은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잘함과 잘못함도 없습니다.
당신은 스스로를 벌하려 하고 있지만 죄도 없고 벌도 없습니다.
오직,영원한 현재속에서 당신이 처음 갈망한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갈 뿐입니다.
이 모든것,당신에게는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죄가 없으니 용서도 없습니다. 이젠, 당신을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저는 이 대화를 하루가 꼬박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하고
지혜로운 인도자의 목소리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제가 또 예전처럼 환청속에
있는 것인지 좀 걱정이 됩니다.
다시 메일 드리겠습니다.
평안하세요,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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