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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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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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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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속의 화초로 평생을 사는 것 보다는,
거친 비바람과 폭풍도 만나보고 타들어가는 갈증과 메마름도
겪어보며 그를 통해 강인하고 아름답게 살아남는 법을 깨달아
뿌리를 내리고 잎을 피우고 결국, 열매를 맺어 가는 것이
한없이 안락하고 달콤한 온실 속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만이 아니라 온 몸과 마음, 저의 영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이제는...그러한 생각과 느낌이 마치 저와 하나가 된 듯 합니다.
선생님과 혹독한(?) 치료과정을 통해 훈련이 되고있다는 증거같아요.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아침.
이제는 그런 고통을 스스로 끄집어내어 스스로 피고름과
고통의 눈물과 콧물을 범벅으로 흘려내보냈습니다...
아마..스스로 일종의 최면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너무 아프고 괴로웠지만..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것은,
마치 선생님과 함께 치료를 할 때 처럼..
극심한 고통의 기억이 몰려와 저를 송두리째 휘감아도..
단지 그 순간 뿐. 약간의 후유증만 2,3분 있다가
곧 스스로 추스리고 있어요...
참 놀라운 결과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되면 하루 이틀 꼬박 버려야만 했고,
결국 선생님께 당장 달려가 무작정...그 상처의 찌꺼기들을
내뱉어야만 했었죠.
분명히...음지를 향해 있던 저는 서서히, 그러나 이제는
약간씩 속력이 붙기 시작해 양지로 몸을 돌려
빛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태양빛을 받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제 아침에도..자꾸만 스스로 최면에 빠져들어
5분 간격으로 수차례 눈물을 줄줄 흘리기도 해서
영문을 모르는 남편은 눈이 휘둥그래져 놀라했죠..
그러나 저는 곧 정신을 가다듬으려 애썼고..
남편은..역시 저를 달래며 진정시켜 주었어요...
사실...좀 미안했지만 별 거 아니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고 속으로만 말했죠.
"나..아무렇지도 않아, 이제.. 괜찮아요."
그리고 저희 부부는 데이트를 했어요.
오랜만에 걸으면서 깔깔댔고 늦은 밤에는 영화 "말아톤"을 봤죠.
엄마 : "초원이 다리는?"
초원 : "(약간 방방뜨고 어린아이 목소리로)백만불짜리 다리!"
엄마 : "몸매는?"
초원 : "끝내줘요"
자폐증은 타인과, 사회와 소통을 할 수 없는, 병이 아닌 장애라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런 아들이 최소한 자기 앞가림이라도 하게하려고
그렇게 모질고 독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군의 사연은 분명 힘든 고난의 극치였을 거에요.
그러나 형진 군은 이미 마라톤 풀코스를 19세 때 완주했고,
이어 철인 3종 경기도 최연소의 나이로 완주해 지금은 어엿하게
악기 부품 조립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기적을 보이고 있지요.
영화 내내 주인공의 행동과 생각에 저와 비슷한 모습도 종종 보였고..
그런 다 큰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이 읽어지니..눈물은
그냥 틀어놓은 수도꼭지가 되어버렸어요...
지금같은 시대에..절망의 나라가 되어버린 이 땅에서
우리 이웃 중에 이런 사람의 이야기가 있답니다 라고 스크린에서
잔잔히 얘기하는 것은..분명 사람들에게 공감가지 않을 수 없어요.
기적같지만..사실 그것은...피나는 자기와의 싸움이고, 생존이고,
엄마와 아들, 나머지 가족인 아빠와 동생.. 가족이 있고,
가족간의 사랑과 깊은 유대, 희생..또한 피할 수 없었던..
아픈 갈등.. 어느 것 하나 피해갈 수 없었던..냉정한 세상과 현실..
저 얘기가 남의 얘기만 되라는 법은 없어요.
저도 머지않아 아기를 낳아 엄마가 될테고,
극단적으로.. 이 영화같은 시련이 오든 오지 않든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가 찾아오겠지요..
그래서 선생님과 진행 중인 이 치료의 시간과 경험이
더욱더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마치.. 빛을 알아가는 이 치료가 미래에 겪을 감기몸살에 대비해
단단히 예방주사를 맞는 듯 하니까요^^
어제는 제 마음에 평화가 조용하면서도 지그시 찾아왔어요.
남편과도 편안했고 즐거웠어요. 영화 속 대사처럼
"가슴이 콩당콩당 뛰어요!"
그리고, 또 달라진 점이...
제 내면에서 목소리가 조금씩 들립니다.
오늘 아침에도..전 놀라버렸어요.
분명히 잠에서 깨어 창밖의 햇빛을 느끼는 중이었는데..
난데없이 잠깐 눈이 감긴 중에
굉장히 큰 목소리로 "공부하는 학생!!!"
이런 소리가 제 안에서 외쳐지듯 들렸습니다.
마치 실제로 누군가가 제 옆에서 빽 소리를 지르듯이 들렸어요.
웃지 마세요, 선생님^^
이건 정말 거짓이 아니고, 분명히 환청도 아니었어요.
저, 이제는 밤에 약을 먹지 않아도 먹은 듯이 푹 잘 수 있는
너무나 눈물나게 기쁜 적도 가끔 있는 중이에요..
(저녁 약에서..노란색 반알 마저 이제는 빼도 될 듯한데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저는...정말 학생이 맞나봐요?
아직 치료가 끝났다고는 생각들지 않아요.
분명 저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좀...더 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선생님께서는 제 치료에 대해
어디까지 생각하고 계신 것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포근한 휴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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