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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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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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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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 입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빛을 상상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빛을 상상해 내는 것이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모두 쉽지는 않지만 흐릿한 개념으로나마 연습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수년전 뵈었을 때부터 빛을 상상하라고
말씀하셨었죠. 캐나다에 있을 때 연습해 봤지만 회사에서
연습하다가 오히려 마음이 부정적이 되어 동료들과 마찰을
일으킬 정도가 되니까 저한테는 맞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빛을 상상하는 것이 제게는 오히려
어둠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산화탄소가 식물에게는 음식이지만 사람에게는 반대인
것처럼요. 그래서 빛을 상상하기보다는 떠오르는 안 좋은
생각들을 막는 데 주력했었죠. 그러면 빛을 상상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예컨대 창조주를
부처님이라 부르든 야훼라 부르든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요.
저번 시간 전까지는 이런 저의 사정을 선생님께 제대로
말씀드렸던 적이 없었습니다- 글로는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만. 왜냐하면 선생님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겁나고 반대의견을 정중히
제시하는 방법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저번 시간에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위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빛을
상상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서든 확답을 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만큼 제가 낫고 있고
치유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저번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저의 주장에 대해 빛을
상상할 때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오르더라도
강행하라고 하셨습니다. 빛을 상상할 때 실제로 제가 악한
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라 밝음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오히려 악한 염체들(다스칼로스에 의하면)이 저를 그런
식으로 속이려 한다는 말씀이신 듯 했습니다. 제가 그런
연습을 통해서 괴롭고 악한 상념이 생기면 생길 수록,
그것은 악한 염체들이 위기의식을 느껴서 저를 더욱
괴롭히는 것이므로, 오히려 제가 하는 연습이 긍정적이고
효과가 있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말씀이신
듯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그 연습을 더욱 열심히 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손전등을 감은 두 눈 위에 얹어 놓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이제는 개념으로 상상하기를 시도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저는 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혹은
종교에서 효과가 있다고 하는 많은 방법들을 시도했었고
-그 중에는 효과가 있는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겠지만- 수많은 혼란과 좌절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어떤 방향으로 강제하는 어둠의 경향에 대항해서
피나는 의지를 발휘하여 제 행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강력한 두통과 생각의 마비(?)라는 원치 않던
결과까지 얻게 되었죠. 가톨릭에서 소원을 성취할 수 있게
해준다는 15기도와 묵주의 기도도 주어진 기간만큼
1년동안 꾸준히 했었고요. 얼마전에 읽은 다스칼로스처럼
기도와 성령으로 치유를 해준다는 모임에도 가본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제 병이 처음 나타나게 된 건 종교의 영향이 큰 듯
싶습니다. 종교를 탓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저한테 종교는
적당하지 않은 탓이죠. 저는 성경을 읽으면서도 원죄라는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내가
죄인인가? 어떻게 죄를 안고 태어날 수 있는가? 나는 죄가
없다"- 이제는 원죄란 자기가 전생에 심어놓은 염체를
의미하고 우리는 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게 되었습니다만 그 때는 그것을 문자 그대로
해석했었죠,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프란체스코 살레시오란 성인께서 쓰신 책을 읽고 제가
지나친 결벽주의와 죄책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즉, 그
책이 위험한 책이 아니라 제게는 적당하지 않은 책이었죠.
그 때- 고등학교 1학년 때- 저는 완벽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서 저를 죄인으로 낙인 찍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저를 강도라
생각하고 옆에 앉은 친구의 지우개를 허락없이 잠시
사용해도 도둑이라 생각했으며 성욕이 들면 성범죄자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저는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계속했죠. 작은 잘못도 아주 큰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고쳐
나가면 매우 예민한 양심을 가질 수 있으며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고교 2학년의 어느날, 서서히가 아니라
어느 한 순간- 참 신기하더군요 - 갑자기 제게서 사랑이
빠져나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사랑의 마음이 무엇인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이 가져지지 않았습니다. 가족들과 친밀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버지가 동생을 편애하시기는
했지만 저와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저에
대한 아버지의 감정과 상관없이 아버지를 좋아했습니다.
저에 대한 누나의 감정과 상관없이 누나를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 저와 아버지는 사이가 악화되어
갔으며- 사실 지금은 아버지와 괜챦은 관계를 가진 사람은
제 동생밖에 없으며 이것이 저를 둘러싸고 있는 부정적인
염체들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누나와도
서먹서먹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경험 위에, 이제 빛을 상상한다는 또 한
가지의 방법을 시도한다는 것이, 제가 앎과 확신 아래
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려운 것입니다. 과거
수많은 방법들을 행할 때 나름의 기대와 믿음을
가졌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때문이죠. 하지만 다시
한 번 해보렵니다. 저는 치료받기 위해 선생님을
찾았으며, 다른 확실한 방법을 알지 못하며, 선생님께서
그렇게 강조하신다면 이유가 있을 거란 믿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여러 출처에서 사랑과 그 기준에 대해, "네가 받고 싶은
것을 다른 이에게 주고 받기 싫은 것을 주지 말아라"라고
하더군요. 다음 시간에는 상대방의 필요와 느낌과 한계를
정확히 알고 깨닫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싶습니다. 땅을
디딜 때마다 밟히는 존재들에 대해, 용변을 볼 때 내
배설물을 받아내는 존재들에 대해, 제게 먹히는
음식들에게 가끔씩 느끼는 자괴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인디언 돈 후앙은 죽이고 먹을 때마다
먹히는 존재에게 자신도 언젠가는 똑같은 방식으로 죽을
것이며 죽을 때에 누군가의 먹이가 되겠다고 이야기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먹을 때, 땅을
디딜 때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겠죠. 그러나
저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기에는 두려움과 이기심이 너무
많습니다. 지금의 저의 생활방식으로는 "네가 받고 싶은
것을 다른 이에게 주고 받기 싫은 것은 주지 말아라"라는
사랑의 기준을 행할 수 없습니다. 다른 차선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다른 존재들의 필요와 욕구가 정확히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것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그에
따라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 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밟히면
아프고 싫지만 그렇지 않은 땅의 부분과 잡초가 있을 지도
모르고 나는 죽여져서 먹힐 때 공포스럽고 포식자를
미워하게 되지만 꼭 그렇지 않은 생명들이 있을 지도
모르며 그것을 알고 적절히 행동한다면 카르마를 쌓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며 누군가를 괴롭히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자포자기와 죄책감의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누나가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어하는 것과 캐나다로
돌아간 후 치유와 영성을 위해 해야 할 것들, 가족의
치유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다음 시간이 이번 기간의 마지막 치료 시간이 되겠군요.
그럼 그 때 뵙겠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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