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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8-05 00:00
* 편지
 글쓴이 : 김영우
조회 : 4,334  
아침 뉴스를 보고 당황스런 마음에 그냥 몇 자 적어보고 싶었어요. 안그래도 요
즈음 어린 사람이건 나이 든 사람이건 신문 지면에 또 인터넷 상에 하루에도
몇 건씩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생기는 걸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었거든
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 했어요, 힘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자살이라는 더 어두
운 길을 택한 그들이 만약 그 한 번의 육신을 떠나는 걸로 모든 게 다 해결될
수 없으며 어쩌면 그 다음에 그보다 더 큰 업보를 겪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사
실을 알았더라도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들요 . .

더군다나 선생님처럼 속내를 털어놓고 괴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형식적이거
나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와주는 대상이 있었다면 더 큰
고통으로 자신을 몰고 가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들더군요.

그러면서 서양처럼 정신과나 심리 상담사를 찾는 분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자연
스러울 수 있다면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감기가 들었을 때 눈치를 보거나 주
위 사람을 살피지 않고 내과 병원을 찾듯이 마음이 불편할 때 신경 정신과를 두
드리는 문턱이 좀 더 낮아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 . .

어떻게 보면 몸에 생긴 탈보다도 마음에 병이 든 게 더 큰일 일지도 모르는
데 . . . 사람들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상황에 따라 약값 뿐만 아니라 상담료까
지 보혐처리가 된다면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는 공상(?)도 했구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은 어른들 마음을 되돌리는 건 쉽지 않다해
도 아직 삶이 무엇인지 자신의 가치관도 올바로 서지 못한 어린 애들이 순간적
으로 저지르는 일들이 남아있는 주위 사람들 가슴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
지. . . 그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해 줄 상대가
있다면 누구에겐가 마음을 의탁할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니 자식을 키우
는 부모들을 비롯한 모든 책임있는 사람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바라보는 태도
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앞으로도 아까운 생명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거창하게 얘기 했나요 . . 부자는 망해도 몇 년은 먹고 살 수 있다는
데 . . . 더군다나 국내 굴지의 기업이니 누구처럼 해외를 떠돌며 호화생활을
할 여력도 있을테고, 양심의 가책을 받겠지만 굳이 자살을 택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처럼 야비하고 비굴하게 막다른 골목은 피해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르
죠. " 소탈하고 진실한 사람" 이라고 표현한 어떤 학자의 말처럼 그런 편법을
쓰기 싫었다해도 내면의 강건함이 있었다면 지금의 맞닥뜨리기조차 싫은 상황
을 힘들어도 헤쳐나갈 용기가 생겼을지도 모르겠어요.

순간적이었겠지만 그런 길을 택하기까지 자신의 괴로움이 이길수 없을 정도로
얼마나 컸을런지는 남이 다 헤아릴 순 없겠지만요.

제가 왜 이런 말들을 장황하게 늘어놓냐면요 . . 저도 때때로 자살 충동을 느껴
온 사람이고, 아니 가끔은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단순한 외로움과 고단함 때문
에라도 "죽어버릴까.." 생각한 적도 있거든요. 그러니 아마 저라면 이보다 훨
씬 약한 상황에서도 아마 죽음을 선택했을지도 몰라요,

정확히 말하면 선생님을 알기 전의 제 모습이요. 지금도 힘은 들지만 처음 시
어머니를 모시게 되었을 때, 비록 한시적이라도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새파
랗게 질렸었던 모습을 떠올리면 제가 이렇게 여유로이 편지를 쓰고, 영혼의 성
장과 사랑의 나눔에 대해 생각하며 내게 닥칠 모든 일들을 기꺼이 감내하며 살
아나갈 이유를 분명히 갖게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 들어요.

세상에 선생님 같으신 분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 오늘따라 많이 드네
요. 어딘가에 계셔도 스스로 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도움을 받을 수조차
없겠지만,
어쨌든 지치고 병든 영혼들이 쉼터를 찾고 자신의 삶의 목적을 깨달을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가슴 아픈 일들이 자꾸만 생기지 않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