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07-09 00:00
* 편지
|
|
글쓴이 :
김영우
 조회 : 4,714
|
김영우 선생님!
선생님의 말마따나 마치 메스를 대지 않고 뇌와 심장을 열어 "대수술"에 들어
가기
시작한 듯한 오늘 늦은 아침의 네 번째 최면에 대해 말씀드려 봅니다.
종합병원에서의 20시간이네, 24시간 이상이네 등 엄청난 대수술에 비해
치료와 관련된 온갖 병원 기기들이나 "삑삑" 거리는 바이탈 사인의
모니터도 전혀 없고, 피 한방울 흘리지도 않으며, 하다못해 선생님께서는
의사의 제복인 그 하얀 가운마저 걸치지 않으셨지만,
선생님께서 하시는 최면치료는 종합병원의 그러한 대수술과는 전혀 차원이 다
른,
20여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수 개월동안 또는 몇 년까지도 대수술이
진행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최면 전 부터 따지면 그야말로 엄청난 시간이겠
지요?
어제, 초저녁 때 간호사분의 내일(8일) 오전 최면치료 가능 여부 전화를
받고나서부터 시작된 좌불안석.
큰 시험을 앞둔 때처럼 왠일인지 지난 번 보다 훨씬 긴장되고 많이 떨렸습니
다.
최면을 3번 받았음에도 이렇게 전날, 병원에서 걸려오는 이 전화만 받으면 마
치
정상이던 혈관이 얽힌 실타래처럼 되어버려서 제가 안정할 수가 없는 것인
지...
이제는 지난 2, 3회의 최면 때처럼 제가 쓸데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좀 다를 것 같은 생각이 어느 순간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을까요?
네 번째 최면이니 진행되어온 흐름에 따라 뭔가 다를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들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최면 시작.
여느 때와 같이 "빛" 을 통한 작업이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선생님께서는 진도를 서서히 바꾸셨습니다.
선생님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말은 결국 메스가 되어
제 머리 속이 열리기 시작했고, 심장도 드러나게 하셨습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심하게, 많이 아프지는 않아 오히려 좀 이상(?)하기도 했어
요.
그동안 연습한 것 때문인지, 또는 아버지 돌아가신 작년 제헌절-1주기를 9일
앞두고
제 나름대로 해온 것 때문인지 무엇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머리보다 역시 심장에 가해진 메스는 그 날카로움이 두껍고 단단한
뼈 속까지 뚫을 정도라 제 온 기운과, 영혼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
고...
기운이 없어질 정도로 힘든, 그러한 고통과 아픔이었습니다.
수술로 치면 출혈이 정말 심했다고나 할까요. 제가 엄살이 심한걸까요, 선생
님?
겨우(!) 이 정도로......
하지만 역시 그동안 세 차례 받았던 최면 중에 한 "빛"이든, 제 나름대로
어설프게나마 해온 "빛"이든, 그 "빛"은 "에너지" 이상의 것을 지닌 듯 합니
다.
오늘 최면 중 저는 제가 하려 했던 말과 행동을 어느 새인가 저도 모르게
많이 지우게 되었고,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그 흐름을 타고 시간을 보냈습니
다.
짧았지만 드디어 과거까지 잠깐 들렀다 왔지요. 그래서인지 시간이 짧게 느껴
졌어요.
꼭 50분의 시간이 25분 같았으니까요.
달팽이의 그 미세한 움직임, "느림보" 거북이의 한 걸음 한 걸음처럼
저도 그렇게 서서히 움직이고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여전히! 방황과 갈등, 우울과 무기력함은 여전하지만,
많이들 말씀하시듯 그 색은 아주 조금씩 어두움이 바래져서 새까만 머리에 희
끗희끗한
새치가 생겨나고점점 흰 머리가 되어버리듯...제 희망사항이자, 치료의 목표지
요.
그렇게 제 안이 하얗게 변하는 것이...
사람의 머리는 숯같이 까맣든 붉든 머리가 노화됨에 따라 자연스레 하얗게 변
하지만
이 치료는 제가 선생님만 쫓아다니고 의존하기만 해서는 절대 하얗게 될 수가
없는,
그래서 환자들에겐 때론 수월하지만은 않기도 하고, 아니면 참으로 간단하고
쉬운 것!
"빛" ...
최면 중 선생님의 질문에 제가 답해드렸던, 제 안의 색.
제 생각에는 바탕이 흰 것이 먼저인가 검은 것이 먼저인가가 이 경우는 좀 중
요한 듯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감적으로 느낀 것은 전자인 흰 바탕에 크거나 작은 검은 점, 얼
룩들이
군데군데 찍혀있는 모습이었고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반대로 검은 바탕에 흰 점들이 드물게나마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그 장면은 단 1초도 안 되어 잠깐 보이고는 사라져버렸지요.
제 안의 색은 하얀 얼룩소의 무늬 그 자체,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은 그나마 좋은(좋다, 나쁘다할 것이 아닌 것도 같고), 희망적인 것일까
요?
기준이 되는 바탕이 검은 것이 아니라 하얀 것이니 말이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