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99-07-22 00:00
|
[회상] 치료를 기다리던 시간들
|
 |
|
글쓴이 :
지인
 조회 : 3,493
|
이곳에 올라오는 여러 사례들을 읽으며 조금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글 올
립니다.
충동적인 행동들과 잦은 우울, 그로 인한 술에 대한 집착 등으로 힘겨워하다가
박사님의 병원을 찾았습니다. 망설임 끝에 어느날 혼자 찾아간 그곳에서 전 많
이도 낯설어했고, 불편해 했었죠. 박사님은 빙의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그것
은 나름대로 충격이었습니다. 최면치료를 예약하면서도 일년이라는 시간은 막막
하게만 느껴졌고, 제 차례가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선 확신 조차 없었습니다.
일년이 지나 치료를 종결한 지금, 제 차례를 기다리던 일년의 시간이 제게 얼마
나 소중한 경험이었나 자주 감사하게 됩니다. 빙의령의 존재를 의식하는 것, 저
도 모르게 오랜 시간 계속되고 있었던 그 "싸움"을 인식하는 것은 에너지 소비
가 많은 작업이면서도 제게 강한 의지를 주었습니다.
테잎을 들을 땐 늘 심장이 떨렸고, 두려웠고, 가끔은 숨이 막혀와 중간에 그만
둔 적도 많았죠. 가끔 꿈에선 박사님이 나타나셔서 "도저히 내 힘으론 안되겠
다..대신 다른 치료자를 소개해 주겠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럴때마
다 모든 상황은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왔고, 전 더욱 오기가 생기곤 했습니다.
좋은 책들도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영적인 문제들에 관심이 갔고,
전과 다르게 느껴지던 감동들은(그런 책들을 읽는 것조차 불편하게 느껴질 때
도 많았지만 약을 먹는 기분으로 읽곤 했었죠.) 지금도 제 삶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았습니다. 생활은 차츰차츰 변해가고 있었고, 가끔 주위 사람들은 제게
밝아 보인다, 변한 것 같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예약한 날짜보다 빨라진 치료..이미 여러가지로 상황이 호전된 상태에서 저는
비교적 빨리 치료를 종결할 수 있었죠. 예약하고 그날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그
시간이 막연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박사님과의 치료는 상담을 한
그날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미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
곳을 찾았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사건"이며 큰 획을 긋는 것이겠죠. 기다리는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중요한 치료가 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
다.
|
|
의료상담모음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