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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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중독증 - 예방과 치료 ( 자유공론 11월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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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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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불과 10 년 전인데 이제 컴퓨터
는 해묵은 기종이라도 하나씩 가지지 않은 집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흔한 기계
가 되었다. 인터넷 가입인구도 요 몇 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최근 자료
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국가가 되었다고 한다.
일상 생활에서 컴퓨터의 역할도 날로 커져서 초등학교 저학년 숙제조차 컴퓨터
와 인터넷이 없으면 제대로 해 갈 수 없다고 한다. 정보가 곧 재산이고 경쟁력
이라는 인식 하에 컴퓨터와 인터넷의 사용량은 점점 늘어가고 있지만 이로 인
한 부작용 또한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선지 오래다. 약도 잘못 쓰
면 독이 되듯이 아무리 생활에 도움을 주는 도구라 도 지나치면 병이 되는 것이
다.
일 이년 전부터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져 거의 모든 시간과 힘을 낭비하
는 중독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하루 종일 게
임만 한다고 부모의 손에 이끌려 오는 초등학생에서부터 과도한 컴퓨터 사용이
나 인터넷 도박 사이트 접속으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직장과 가정
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삼사십대의 회사원,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대학생, 인터넷 채팅을 통해 시작된 이성관계 때문에 고
민에 빠진 여대생과 주부 등에 이르기까지 성별과 나이에 구분없이 환자가 발생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 년 전 일이라 인터넷
이 사람의 정신상태와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장기적이고 심도있
는 연구결과는 아직 없다. 그러나 인터넷의 과도하고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치
료가 필요한 심각한 상태에 이른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됨에 따라 "인터넷
중독" 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1995 년에 처음으로 의학용어 사전에 수록이 되었
고 당시만 해도 많은 치료자들이 정말 그런 질병이 있는가를 의심했었지만 지금
은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치료자는 거의 없다.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 중 인터넷 중독을 의심하고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은 비
교적 간단하다.
첫 째, 인터넷에 접속하려는 충동을 스스로 조절하거나 억제할 수 없고,
둘 째, 과도한 인터넷 접속으로 인해 시간낭비나 경제적 손실이 커 직장이나 학
교, 가정 등에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여 생활 전반이 혼란과 고통에 빠지며 심
한 경우 실직이나 학교, 가정 생활의 파탄에 이른다.
셋 째, 이런 증상과 행동이 조울증을 비롯한 다른 정신병으로 인한 것이 아니어
야 한다.
이 같은 세 가지 기준에 부합된다면 누구라도 인터넷 중독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중독 상태에 빠지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다른 종류의 중독(알콜, 도
박, 약물, 운동, TV, 게임 등)환자들이 보이는 것과 유사한 증상들을 보이게 되
며 실제로 다른 종류의 중독을 겸하고 있는 환자도 상당히 많다. 증상이 심해감
에 따라 이들은 사회와 주위 사람들로부터 점차 고립되고, 현실감을 상실하며
자기 세계 속으로만 빠져 들어가게 되어 환자 개인 생활은 물론이고 직장과 가
정까지 큰 피해를 입게 되어 끝내 실직이나 이혼에 이를 수도 있다. 평소 현실
생활에 불만이 많거나 자기 감정표현과 처리에 서툰 사람들이 내면에 쌓이는 스
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현실도피 적 성향이 높아질 때도 이 같은 중독에 빠지
기 쉬워진다.
인터넷 중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증상에 대한 이해도 점점 깊어
지고 있고 새로운 사실도 많이 밝혀지고 있다. 이 환자들은 다른 종류의 성격장
애나 정신질환을 같이 가지고 있을 위험성이 상당히 높아 주의 깊게 살필 필요
가 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울증(정서 상태의 변화가 극심한 정
신질환)이나 충동조절장애(욕구나 충동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성격장애)가
인터넷 중독 환자의 내면에 숨어있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고 한다. 말하자면 그
런 병적 소인이 원래부터 있었던 사람에게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중독 증상이
쉽게 발생한다는 뜻이다.
일단 중독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다면 본인과 가족을 설득하여 면밀한 정신과
상담과 심리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며 진단 과
정에서 다른 신경정신질환이나 숨은 원인이 없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여 그 결과
에 따라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주로 상담을 위주로 하는 정신치료가 필요하지만 때로는 약물치료도 필요하다.
특히 우울이나 조증(기분이 들떠 과다한 말과 행동을 보이며 흥분된 상태), 불
안증상과 연관이 있는 환자에게는 항 우울제나 항 불안제 등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특효를 약속할 수 있는 치료방법은 없다. 알콜이나 도박 중독 환자들
의 치료에 쓰이고 있는 방식의 자조(自助)모임(환자들끼리 자신의 경험을 얘기
하며 서로 격려하는 치료모임)도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은 널리 쓰이지 못하고
있다.
어떤 질병이건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인터넷이나 컴퓨터 중독을 예방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도 자신의 처지와 목적에 맞는 건강한 사용습관을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중요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계획을 세워 컴퓨터를 켜거나 인터넷에 접속하고,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의 사용을 자제하며 필요한 정보만을 찾아 쓰는 절제력
을 길러야 한다.
특히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 환자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자녀의 컴퓨터
사용습관과 내용을 파악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청소년 정서에 유해
한 폭력, 음란, 도박 관련 사이트에 접속하는지의 여부를 파악하고 컴퓨터 사용
방법과 시간제한에 대해 자녀와의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하고 지키도
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모두가 바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마음을 터놓을 친구를 만나기 어려워 고립
감과 소외감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은 세상과 자신을 연결시
켜주는 좋은 친구이며 편리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잘못 쓰면 자신과 주위 사
람들에게 고통과 파괴를 가져오는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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