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1-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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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생퇴행요법 - MD 저널(의사들을 위한 월간지), 12월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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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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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생퇴행요법이란 무엇인가?
환자들이 최면 치료도중에 자발적으로 또는 치료자의 암시에 따라 떠올리는 현
재와 다른 모습의 삶 속의 사건들을 통해 일반적인 정신과 치료방법으로 해결하
지 못했던 증상과 문제들이 해결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다. 그 삶의 모습
속에서 환자들은 자신의 또 다른 모습과 함께 현재 문제들의 원인이 된 듯한 사
건과 감정들을 체험하게 되며 이 과정을 통해 고통스러운 감정을 해소하고 자신
의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과거에도 전생의
기억을 주장하는 사례들을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1970 년대 후반에 믿을 만한
교육배경을 가진 미국의 여러 치료자들이 잇달아 이런 치료사례들과 치료이론
을 모은 책을 출간함으로써 세상의 관심을 더 끌게 되었고 이런 기억을 이용하
여 환자의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치료방법을 "전생퇴행 요법(前
生退行療法, Past Life Regression Therapy)"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기억이 정말 전생의 기억이고 인간이 윤회를 하며 모습이 다른 삶들을 사
는 것이 사실인지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런 기억을 떠올리는 치료과
정 속에서 다른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증상과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은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80 년대와 90 년대
를 거치면서 학자들 간에는 이 치료방법을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현재의 대다
수 학자들의 결론은 "그것이 전생의 기억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환자의 치료에 도
움이 된다면 치료방법의 하나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정신의학계에도 받아들여져 98 년도에 미국에
서 발행된 일반 정신과 교과서인 Synopsis of Psychiatry 에서는 이 기법이 정
식 치료방법의 한 가지임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현대 심리
학의 제 4 조류라고 불리는 "초개아적 (超個我的, Transpersonal)심리학"과 정
신의학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치료기법을 중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다.
** 어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현대의학의 갖가지 검사와 치료기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이 치료방
법은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때가 자주 있다. 정신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증상과
질환을 치료하는데도 이 기법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 기법의 치료효과는
단순한 증상해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문제들을 바라보는 시각
의 확장과 생명과 영혼의 본질에 대한 내면적 자각과 함께 초월적이고 관조적
인 태도로 인생의 제반 문제들을 이해하는 태도의 형성 등을 흔히 동반하게 된
다. 환자의 이런 변화는 자신 뿐 아니라 대인관계와 사회생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과거보다 훨씬 여유있고 폭넓은 인생관을 가지게 되는 것
을 흔히 관찰할 수 있어 전생퇴행요법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런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치료방법은 사실 프로이드 식의 정신분석치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현재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어린 시절보다 좀 더 오랜 시간 전으로까지 거슬러 올
라간다는 점 외에는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아주 어린 시절까지의 기억과 경
험 속에서 현재의 증상원인이 될 만한 문제들을 발견할 수 없는 환자들과 자기
삶의 의미와 방향성 등의 철학적, 종교적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사람들
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전생퇴행요법에 대한 오해
전생퇴행요법의 효과를 인정하고 연구하는 것은 전생의 존재를 인정하는 윤회
설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이 바
로 이 점인데 치료자는 전생요법의 과정에서 올라 온 기억을 그 환자의 전생기
억이라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지고 바라
봐야 한다. 실제 전생의 기억, 환상, 심리적 상징, 현재의 소망과 갈등 등이 혼
합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그 기억들이 환자의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단서와 계기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치료기법에 강하게 반발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과 현상을 존중
하고 받아들이며 그 의미와 숨은 기전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과학자의 태
도보다는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거부감을 주는 전생이라는 개념을 인정하
기 싫거나 새로운 개념의 가능성을 도입함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기존 질서의
혼란을 우려하는 감정적 이유가 더 큰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상의
사실적 메카니즘을 이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과학자에게 있어
그런 태도는 옳지 못한 것이며 때로는 위험한 것이다.
필자는 96 년도에 국내에서는 최초로 이 치료기법의 사례와 경험을 출판했었
다. 출판에 앞서 세계최면의학계의 석학들과 직접 만나 이 기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고 그들의 반응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이 분야를 연구하겠다는 나
를 격려하며 어떤 방법이건 치료도구로써 충분히 유용하다면 연구할 가치가 있
다는 점과 우리나라 같은 동양권에서는 특히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에 대부분 동의했다.
문헌과 서적, 사례들을 통해서도 충분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책
을 출판한 다음에 제기될 수 있는 어떤 반론과 오해에 대해서도 충분히 합리적
이고 논리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있음을 확신했었다. 현재 이 요법은 필자가 사
용하고 있는 다양한 최면기법 중의 한 가지에 불과하다.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환자의 문제해결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가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이지 전생의 존재유무가 아니다.
** 최면의학에 대해
아직 국내에서는 최면을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의사들이 많지 않
다. 그러나 최면의학이 가진 잠재력은 실로 무궁무진한 것이다. 모든 분야의 의
료에서 활용될 수 있지만 특히 정신과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면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심리치료와 정신분석, 인지 행동치료 등에 대해 충분한 지식
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기존 치료방법들과 적절하게 혼합하여 사용해야
한다. 흔히 TV에서 볼 수 있는 최면시범을 통해 왜곡되고 그릇된 이미지를 가
진 사람이 많지만 그것은 최면의학과는 거리가 먼 무대 최면의 한 모습에 불과
하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최면의학이 본격적으로 연구된 역사가 50년에 이르고
다양한 임상의학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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