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2-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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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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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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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벌써 겨울입니다.
처음 선생님을 방문했었던 때가 여름이었는데..
예전에 알고 지내던 수녀님께서 어느날 문득 전화하셔서,
선생님 책을 읽어보고 꼭 한번 찾아가라고 하셨었어요.
사실 그땐 좀 귀찮기도 했지만, 약간의 호기심과 절실함이 있어서...
그렇게 선생님을 뵙고 답답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어요.
올 한해는 오랜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꼭꼭 눌러만 두고,
터져나올까봐 여기저기 붙들어두었던 것을 막상 끄집어 펼쳐서 보고나니,
이제서야 조금씩 몸속에 피가 흐르는 듯 합니다.
오랜 병마의 원인이 조금의 환상과 집착과
그리고 미련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리고 겉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단 하나 , 이제 새로운 씨앗을 품을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
그것이 이제 저가 여기에 머무를 수 있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저 자신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를 몰랐었고,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도 몰랐습니다.
이제 저에게 최선책은 저 자신에 맞게 따르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그 영역에서 제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것.
타인의 눈에 맞추려 행복해 할 필요도 없고,
제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저의 기쁨과 슬픔 모두를 한껏 안아보고 싶습니다.
한동안 선생님께 의지해서 간신히 서 있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라도 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럼 선생님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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