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2-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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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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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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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선생님이 게시판에 올려놓으신 글.. <내밀지 않는 손>을 읽었어요..
선생님 홈페이지에는 가끔 들리는데..
지금.. 자기전에 그냥 들어가봤는데 새글이 올라와 있어서 참 반가웠어요..
저번에.. "옛날의 제가 더 똑똑한것 같으냐 지금의 제가 더 똑똑한것 같으
냐"고 물으셨죠..?
저는 "그건 잘 모르겠지만 지금이 더 편하다"고 했고요..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똑하지 않아요.. 지혜롭지 못해요.. 제가 가끔 내뱉는
독설은 비꼬는 대사일 뿐이죠.. 그걸 말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 이게 아니라
는 것을 스스로 의식하며 하는 말이에요..
그래요..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고정되지 못해서 높은 차원에 계속 머물러 있
지 못하고 왔다갔다 불안정해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옛날에 비해 훨씬 편안해요.. 편안한 차원에 속해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니.. 아직 멀었어요.. 아
직.. 멀었어요..
그런데..
지금이 편하다고 말은 했지만..
이렇게 되면서..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했어요..
내가 비판의식.. 문제의식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런 시각이 무슨 대단한 것인양.. "생각없는 사람"이 될까봐(돌아갈까봐) 두려
웠던 거에요..
선생님의 이번 글은..
마치 저를 위한 것 같았어요..
제가.. 사회학과 여성학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심경..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
고 믿는 그들을 보며 느꼈던 복잡한 심경이 무엇이었는지.. 이해는 하지만..
왜 난 항상 주변인의 입장이고 싶어했는지.. 교회에 들어가기를 꺼리는 것처럼
그들 속에 완전히 들어가는것을 꺼렸는지.. 어렴풋이 알것 같아요..
어렴풋이.. 그게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에.. 그런식이 아니라고..
제가 외롭다고 하니까, "친구가 있어야지" 하셨죠?
순간 정말 놀랐어요..
그래요.. 맞아요.. 그런데.. 그생각은 왜 못했는지..
친구가 없는것도 아닌데.. 라고 대답하려다 말았어요.. 그런 차원의 친구로 하
신 말씀이 아니시라는거.. 알고 있어요..
제가 그런 명상서적들.. "결국 다 똑같은 내용의"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은것
은..
제 자신이 흔들리기 때문에.. 제가 "큰 자아"의 상태로 들어가기 위한 명상의
수단으로 삼은 것 뿐 아니라..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너무 반가웠어요..
제 친구들보다 그들이.. 다릴 앙카나 류시화나 틱낫한 스님이나 브라이언 와이
스 박사, 라마나 마하리쉬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오히려 그들의 책을 읽는 것
이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처음엔 "스승으로서 나를 끌어주는" 식의 느낌이 강했지만.. 되풀이해 읽
을수록..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 그들의 생각이 하나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움직이겠구나 하는 믿음.. 그런것이 굉장히 위안이 되었어
요.. 그 움직임에 나도 같이 할것이다..
선생님은.. 그들중 가장 중요한 분이시죠..
선생님과 만나서 얘기를 할수 있고 도움을 받을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처음 선생님 병원에 용기를 내서 찾아간 때 일이 생각나네요..
브라이언 와이스 박사의 책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해 먼저 읽은 한참뒤에 선생
님의 책을 다른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죠..
브라이언 박사의 책을 읽고 전 정말 미국에 가고 싶었어요. 가서 그사람을 만나
고 싶었죠. 그러면 영어가 되야 할텐데. 영어로 해도 최면이 걸릴까? 뭐 그런
걱정도 했었어요.. ^^
그 뒤에 선생님의 책 <전생여행> 을 발견했죠.. 정말 인상 깊었고.. 결국 찾아
갔죠..
"왜 그동안 병원에 한번도 오지 않았느냐"고 하셨죠?
글쎄요.. 정말.. 메일은 가끔 드리면서도.. 왜그랬을까요.. 2년 반을 제차례가
올때까지 선생님을 못만나는 건줄 알았어요.. 너무 바쁘셔서.. 전 가끔 진짜 멍
청하고 융통성이 없어요..
제 문제는 제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선생님과의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이 모든 경험들이 제게 필요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은.. 결국..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 모든것이.. 저의 모든 경험과.. 선생님께 가게 되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
금까지.. 이 모든것이.. 진짜로 계획된 일이라는 느낌..
저번에 "200분의 시간으로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선생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을
때 순간적으로 든 느낌이었어요.. 모든것이.. 순간적으로.. 모든것이 얼마나 그
야말로 거미줄처럼 질서있게 짜여져 있는가.. 그런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어
요..
물론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느껴진건" 처음이었어요. 근데 그게..그냥..
이상할정도로 너무 담담한 느낌이었어요.. 그런게 진짜 느껴지면 꽤 충격적일
줄 알았는데..
저번에.. 병원에서 기다리는데.. 어떤 남자분이 화를 내셨죠?
먼저 왔는데 왜 먼저 해주지 않냐고.. 아파죽겠는데.. 당황한 간호사 언니가 먼
저 들어오시라고 하니까 됐다고 그러면서, "기분이 그렇잖아요" 라고 했던 남자
분..
그말을 듣고 선생님이 "소리내서" 웃으셨어요.. "아하하" 하는 선생님 웃음소리
가 문밖으로 들렸어요..
저와 얘기할때도 선생님은 몇번인가 그렇게 웃으셨어요..
뭐랄까.. 그 웃음을 들으면서 순간 제가 실수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전혀.. 창
피하다거나 그런느낌이 아닌.. 굉장히 안도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냥.. 모든것
을 다 이해한다는 웃음? 강함과 자유로움과 그런것을 바탕으로한 지혜와 여유에
서 나오는 웃음..
저는.. 솔직히 앉아서 기다리면서.. 계속 안절부절 못하는 그분이 좀 불안하고
무서웠어요.. 그런데 선생님의 웃음소리를 들으니까.. 더이상 무섭지 않더라구
요.. 선생님이 그렇게 소리내서 웃으시면 굉장히.. 강한 느낌이 들고.. 안심이
돼요..
"무서워할 필요 없다"고 하셨죠? 무라카미 류의 소설에 대해 얘기했을때.. 그래
요.. 무서워한다는건.. 그런 감정으로 반응한다는 건.. 제 안에 그런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겠죠..
저번에.. 거의 한달만에 뵌거였죠..
그동안.. 제가 노력하지 않으면.. 제가 계속 노력하지 않는 상태에서.. 수동적
으로 약만 먹거나 선생님만 찾아가거나 메일만 드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
을 느꼈어요..
약이 떨어진채 이틀을 버텼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엄마시중하고 운전하고 식사
준비하는 것이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학교일들도 겹치고..
그렇게 힘든 상태에서 어둠의 힘이 고개를 드는 것 같아요.. 시간이 정말 안되
어서 약을 타러 갈수 없어서 정말 힘들었어요..
빛을 상상하면서.. 제가 노력해야 해요.. 선생님이 도와주실 것을 믿어요.. 하
지만 결국 제가 해야할 일이에요.. 제가 손을 놓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고 아무
것도 저를 도와줄수 없어요.. 저는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하
는 거에요...
올바른 길은 적어도 찾았어요.. 이제.. 계속 걸어가야죠..
선생님.. 제가 눈을 감은 상태로 선생님과 말할때..
나중에 돌이켜 생각하면 기억이 나지만..
그 순간은.. 그상태는.. 뭐랄까.. 아주 이상해요.. 선생님의 말을..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듣는 기분이에요.. 내
가 제대로 집중해서 듣고 있는건지 중요한 것을 놓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
도로요.. 하나하나 수업시간에 집중해 듣듯이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
로.. 안개같은 비가 스며드는 느낌.. 제가 모자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 상
태가.. 최면에 가까운 상태인건지.. 완전히 "큰자아"에 도달하지는 못하더라
도.. 눈을 떴을때의 나와는 약간 다른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튼.. 뭐라고 부르던.. 굉장히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맞아요 선생
님.. 그 치료과정에서 했던 모든 것이.. 제게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음에 틀
림없어요..
저는 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요.. 그런 외적인것.. 신경쓸
여유가 없어요.. 그건.. 선생님께 더 잘 보이겠지요.. "장족의 발전"이라고 웃
으면서 표현하셨는데.. 솔직히 기뻤어요..
이런 변화가 한번 시작되었으니 계속될것이라고 하셨을때.. 정말 안심이 되었어
요..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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