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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12-09 00:00
* 편지
 글쓴이 : 김영우
조회 : 4,231  
선생님.

오늘 몹시 추웠습니다. 건강하신지요.
저는 편안히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는 일주일쯤 되었습니다.

우울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약 없이도 깊이 잠드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어
요.
지난 치료 이후, 빛과 나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빛은 모든 것,빛은 무한하고 절대한 힘이며 평화라고 하셨던 말씀만을 붙잡고
있었어요.

우울과 불면을 치료받기위해 선생님을 찾아 갔었지요.
빛에 대한 갈망이 제 안에 이렇게 크게 자리잡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의 시작과 저의 끝이 모두 거기에 있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제 안의 설명하기 어려운 장애들, 이 모든 걸 다 가진채로라도 그 분께로 건너
가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하느님에 대한 상식(?)조차 없음이 안타까왔습니다.
할 수 없이, 막연했지만 아무 의심도 미혹도 없이 "신은 아주아주 좋은 분"이
라고 생각하며 마냥 포근한 느낌에 젖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가
깊이 침잠한 채로 지냈습니다.

며칠전, 엄마가 책 한 권을 사오라고 하셨는데 조엘 오스틴목사의 책 "긍정의
힘"이었어요.

엄마가 몇 장 읽다가 덮어둔 책을 무심코 펴들었다가 끝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 치료받는 동안 책읽기의 불편함도 놀랄만큼 회복되어가고 있습니
다.)

마음 깊이 따뜻하게 퍼지는 온기속에서 내내 미소지어가며 그 책을 읽었어요.
세상에 대해서도, 절대한 분에 대해서도 언제나 주눅든 마음이었던 제게 그 책
은 따뜻했습니다.

이따금, 전체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제 안에 빛에
대한 이미지가 자리잡히는데는 도움이 되었어요.

며칠전 눈이 펑펑 쏟아졌을때 부모님께서 한밤중에 지방에 내려가시게 되었습
니다.

바깥은 어둡고 눈보라가 스산하게 날리고 있었습니다.

눈길이지만 운전을 하여 갈수밖에 없다고 서두르시는 두 분을 보면서 잠시 예
전처럼 마음이 서늘하게 얼어붙었습니다. 저 뒷모습이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초
조함에 눈물이 고였어요.

언젠가 선생님과 최면치료를 진행할 때 "한번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수 없
다."는 말을 절망적인 심정으로 내뱉은 것 같습니다. 그때와 같은 뿌리의 두려
움이라는걸 스스로 알 수 있었어요.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두분의 서두르시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문득 마음 한구석
에서 "저 분들도 스스로 원하는 고유의 길을 가지고 있다.저 분들도 나처럼 헤
아릴 수 없는 사랑과 보살핌으로 인도받는 생명들이다.내 작은 걱정과는 비교
할 수 없이 큰 사랑과 질서의 일원이야."하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문득,그렇게도 심하던 두려움이 멈추었습니다.

전체를 돌보시는 궁극의 선함을 향한 신뢰가 제 안에 움트기 시작한 것일까요.
그 신뢰를 통해서 일신의 안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해도 믿음안에서 얻어지는
평화와 자유가 있을 것임을 그 날 희미하게나마 느꼈습니다.

지난 치료때 선생님께선 양극단에 있는 제 미래의 모습을 떠올려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굳이 최면상태가 아니어도 많은 친구와 동료들속에서 웃고 있는 제 모습은 언
제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던 희망사항이었어요. +극의 끝에 자리잡
은 소원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 속에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는 거예
요.그것보다 더 큰 바램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결혼과 관련된 따뜻한 미래는 떠오르지 않네요. 1 년전에
도 그랬었지요.

-극의 끝에 있는 제 모습을 말하자마자 난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빛을 꽉 붙들고 가야한다고 하셨지요.그 말씀 씨앗처럼 품고 계속 갑니다.

고맙습니다,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