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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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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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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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와서 한 두달 후면 선생님을 한번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몇달이,
몇년이 흘러도 변화가 참 없이 증상만 깊어지는 시기가 있고, 그러다가 어떤 시
기가 되면 단 몇 달 사이에도 깊은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때가 있나봐요.. 여
러가지 증상을 가지고도 20년이 넘게 그럭저럭 살아가다가 어느 시기가 오자 여
러가지 일로 괴로움과 수치스러움의 밑바닥 끝까지 갔었어요.. 썩는 냄새가 나
는 웅덩이를 코만 막고 애써 버티다가 어느새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까지
가버리는 거 말이예요. 선생님께도 차마 부끄러워 말씀드리지 못한 일들을 경험
하고 사실은 그 일들 때문에 더 이상 나를 그대로 둘 수가 없어서, 선생님을 찾
아갔던 거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은요, 그런 일 "때문에" 내가 이런 증상
이 심해지고 안 좋아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주 나쁘게만 생각했었는데, 요즘
은 그렇게 강물 바닥까지 내려가지않았으면 그 바닥을 차고 떠오르려고도 하
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확실이 들어요.. 그저 썩은 강물 속 가운데 어디 즈음
에서 어중간하게 올라오려하지도 않고 그냥 참고 있었을 거예요. 바닥까지 내려
가서야 "이제 더는 안돼 올라갈거야" 라고 맘 먹고 바닥을 차고 올라올 수 있었
던 거 같아요,.. 저한텐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지금은 참 신기하지만요... ^^
가장 힘든 건 시간 같아요.. 시간을 참아내는거, 기다릴 줄 알게 되는 거
말이예요... 증상이 심해지는 시간도, 그것이 저를 마침내 저 자신에게 눈 돌
릴 수 있게 만드는 시간도, 이제 이겨내고 나아지는데 노력하는 시간도... 언제
나 그 시간들이 지치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 거 같아요...
며칠전에 저로서는 "상당한" 경험을 했어요... ^^ 자나깨나 요새는 빛 상
상을 하는데...(아 정말 열심이예요.).깊이 빠져들지 않는 보통과 달리 처음으
로 아주 깊이 명상이 되었어요..
그런데 평소에는 생각도 안 해봤던 장면인데,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걸 위
에서 제가 보고 있었어요... (전 공중에 떠 있는 거 같구요) 그 시냇물 소리
도 정말 졸졸졸 들리구요, 물 색은 빛이었어요.. 하얗고, 빛나고, 예쁜....
좀 보다가 가까이에서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시냇물이 가까와 졌는
데, 그렇게 잘 흐르는 시냇물의 한 중간에 검은 덩어리가 떡 하니 놓여있잖아
요.. 그래서 그 부분에는 시냇물이 비켜지나가게 되어서 좀 답답해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그 반짝이는 시냇물이 그 덩어리를 떠내려보낸다고 생각하려고 애
를 썼거든요... 그러니까 갑자기 머리속에서 "아악---"하는 소리가 길게 들리더
니 점점 그 소리가 조그마해졌어요.... 그 때 좀 더 편하게 생각하고 더 빛을
떠올렸어야 했는데, 의식이 갑자기 들어오면서 무서워져서 고만 두었어요... 깨
고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엄청 밝아진 거 있죠?
며칠 곰곰히 생각해보았어요.. 전 깨어있을때, (그렇게 생각 안하려해도)
제 자신을 "난 아마 거의 검은 에너지로 아직 둘러싸여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
는 거 같아요... 그래서 빛 상상을 할 때도 너무 자신을 어둡게 생각해서, 그래
서 아마 최면에 빠지면 그런 내 모습을 볼 것만 같아서, 안 좋은 것들을 볼 것
만 같아서 두려워 하고 무서워 하는 거 같아요... 그렇지만 그건 제 잘못된 두
려움이구요, 실은 정말 실제의 제 모습을 보면은 전 "거의 가" 다 빛이구요.
그중 몇 군데만 그런 검은 덩어리가 놓여 있나 봐요...(그렇게 생각할려구
요...^^) (그 덩어리랑 빛으로 된 시냇물은 전혀 섞이지 않았어요..)
뭐라그럴까, 이전에는 온통 "검은색"인 강물에 빛을 넣어야 하기때문에
아, 이렇게 검은 강물에 한줌씩 빛을 언제 다 넣어... 하고 생각하던게 지금
은 "하얀" 시냇물을 막고 있는 검은 덩어리들을 없애는 거라고 할까요?훨씬 수
월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서 좀 힘이 나는거 있죠?
그리구요, 실은 이런 저로서는 "힘나는" 생각들이, 감정들이, 금방 또 사
그라들면 어쩌지 하고 걱정이 벌써부터 되요... 또 벌써 사그라들기 시작하구
요.. ㅡㅡ, 사람이란...... 왜 어제의 그런 신기한 경험이 오늘 없으면 의심이
되고, 실망되고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러면서도 "아 한번의 그런 일로 들떠서
노력하던거 그만두지 말고 더욱 성실해져야해" 하면서 다독이고 있어요...(아,
왜 전 좋은 느낌, 깨달음들이 늘 순간순간 지속되지 못하고 곧 평상시(?)로 되
돌아 와 버릴까? 하면서 늘 "성스러운" 느낌 속에 사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하면서 궁금해하곤해요...^^ )
또 아직은 그 검은 게 모두 없어진 거 같진 않아요.. 다시 예전처럼 빛 상상
을 하면 또 명치끝이 헐떡거리곤 해요. 그런데 뭔가 알맹이 같이 갑갑하던 부분
이 많이 없어진 건 느껴요... 아주 아픈 부분이 있었는데 훨씬 덜해졌거든요..
저, 괜히 들떠서 이런 노력 사그라들지 않게 해야겠죠? 그럴 까봐 실은 선
생님께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계속 채찍질 받으려구요.... 이제 다 나았을
까? 하고 기대하던게 아직 남아 있는 걸 느껴서 조금 실망했었거든요....
그럼 선생님, 너무 긴 메일이라 죄송해요....
뵙고 싶습니다.....선생님은 제 길 안내자이세요....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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