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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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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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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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잘 지내시는지요. 꼭 몇 달만에 안부 여쭙는 것 같아요^^
덕분에 저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버이날이라 친정에 다녀왔어요.
지난 번 제게 "새집증후군" 얘기 해주셨지요?
친정 집 페인트 냄새 없어지려면 몇 주는 더 걸릴 것 같아요.
어린이날 대학 동기네 급작스런 비보에 순천향대병원 영안실에 다녀왔는데
그 날 이후부터 이상하게 다시 무기력해지려 하고 컨디션이 좀 이상해진 것 같
지만,
그런 것을 느끼면서도 전혀 골똘하려 하지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답니
다^^
참 신기해요.
지난 번 치료를 기점으로(그 전부터도 조금씩 그랬지만)
특히 수면 상태가 놀랍게 달라졌어요.
그 이유는 꿈이 많이 "잡혀서" 인 것 같아요.
뭔가 복잡한 꿈들을 계속 꾸긴 하지만 그 기억만 날 뿐,
꿈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를 않아 섭섭할 (?) 정도지요^^ ^^
약을 전혀 먹지 않고도 이렇게 잠을 자고 있는 것이 거의 열흘에 가까워요.
정신 치료라는 것의 효과가 이런 것이구나...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불안과 초조, 예민함과 불면증 등이 거의 없어진 것이 가장 놀라워요.
많이 느긋해져서 여유를 부리는 제 모습이 믿어지지 않아 종종
"아, 내가 정말 달라졌구나" 할 때가 많아요.
만약...제가 늦게라도 병원을, 선생님을 찾지 않았다면 어떤 상태가 됐을
까...
끔찍해집니다. 더 늦기 전에 치료를 받고 지금 이런 몸과 마음으로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싶어요...
1년 전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작년 어버이날. 토요일이었을 거에요.
저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병원을 찾아갔었지요.
카네이션을 드릴 아버지가 제게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렇게 가슴이 먹먹해질 수가 없었어요......
목소리 색깔마저 제 아버지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선생님께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드리고 싶어서.....작년에 그런 돌발행동을 해버렸어
요...
선생님께서는 "제 아버지께 전해주셨으면 해요"라는,
순간적으로 나온 황당한 제 말에 전혀 거리낌 없이 대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웃음만 나옵니다...
그런 저런 에피소드들 하나하나를 거치고
1년 뒤 똑같은 어버이날을 맞은 저는 너무나 달라져 있음에
참 감사하고 기쁘고 행복해요.
선생님께 늘 마음으로나마 카네이션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러고보니 선생님은 아들, 딸 같은 환자들로부터 카네이션도
한아름 받으시겠네요? ^^
나무들도 너무 싱그러워졌어요.
친정오가며 삼청동 길을 지나가는데 숲 한가운데를 지나는 기분이었어요.
작년과 올해, 자연과 주변은 변함없이 되풀이 할 뿐인데
저는 이렇게 달라졌어요...
편히 주무시고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인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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