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6-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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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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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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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아침7시에 집을 나와 첫일과를 마치고 잠시 한숨돌리고 있습니다.
쉬면서 병원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여러개의 새로운 글들이 올라와있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부드러워져 저도 모르게 미소짓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상처와 비슷한 슬픔을 가진 분들이 비슷한 희망을 품고서 주고받는 목
소리들 같았습니다.
어떤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것 같아서 유대감을 느끼며 미소짓게 되었어
요.
선생님은 그 가운데에 말없이 서 계시는 메인 서버이시구요.
저는 오늘까지 열흘이상 약을 전혀 먹지않고 평화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때마다 치료때 보았던 죽음의 길과 모양이 똑같다던 그 길을 늘
걸어가는데 그곳엔 지금 50미터쯤 쭉 뻗은 길 양편으로 하얀 벚꽃이 가득 피었
습니다.
절룩거리는 걸음으로 한발한발 걸어갔던 길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곳을
지날때마다 치료때의 기억이 되살아나곤 했었습니다.
흙먼지가 날리는 길바닥과 길을 따라가며 패여있는 고랑,일직선으로 쭉 뻗은
길의 모양이 치료때 보았던 풍경과 너무 흡사하여 출근할때마다 마음이 뻣뻣해
지곤 했었지요.
전 늘 땅만 보고다니는 것이 습관인데 오늘 아침에 그 길을 지나며 문득 고개
를 들어보니 눈앞에 가득 흰꽃들이 넘실거리고 있었습니다. 이 길이 그 길일
까 싶었습니다.
작년 이맘때도 이 길을 지나갔었는데 그땐 왜 이 만발한 꽃들을 보지 못했을까
싶기도 했어요.
며칠전 힘을 다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던 적이 있습니
다.
찻물을 올리고 라디오를 켰더니 진행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언가를 읽어주
고 있었는데 그 중 한구절이 제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 한없이 나를 사랑하는 자는 누구든지 나 또한 그를 무한히 사랑하리라. "
순간 환한 빛이 저를 가득 채우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무얼까싶어 볼륨을 높였더니 신에 관한 테마로 몇개의 글이 소개되는 중
이었습니다.
바가바드기타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래요.
한없이,누구든지,무한히,사랑..또 사랑....
모든 걸 내려놓고 그 안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과, 이미 포근히 감싸여 있는 듯
한 느낌이 동시에 솟아올라 눈물이 글썽했었습니다.
"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속으로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렸어요.
황사가 몰려왔는지 하늘이 잘 보이지않네요.
출근할때 사람들이 뿌연하늘을 쳐다보며 투덜거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는......뿌연 하늘이라도 이렇게 맑은 눈으로 쳐다볼수있는 것이 그저 감지
덕지할뿐입니다.
어젯밤에도 깊이 푹 잤거든요.
무수히 많은 시간동안 아침마다 불면증으로 빨개진 눈이 깜박거리는 것조차 힘
들었습니다.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무언가를 하기위해 밖으로 나설수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
기했습니다.
15년이 넘은 고질병같던 불면증의 괴로움을 잘 알기때문에, 요즘처럼 밤이면
잠들고 아침이면 개운하게 일어나는 이 시간들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이 기적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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