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6-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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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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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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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지금은 6월 1일 새벽 4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각입니다.
무엇부터 말씀드려야 할까요,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항상 그렇듯이 차
고 넘치지만 이것저것 쓰다보면 두서없는 중얼거림이나 하소연같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원래는 글을 쓰려고까지 했었던 제가 말이지요.
어릴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3, 4학년쯤 되었을까요.
제가 죽는 꿈을 꾸다가 놀라서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꿈 속에서 제가 죽음을 맞이하여 한 생각은, 아직 죽을 수 없다, 아직 책 한권
도 못 썼는데!! 하는 것이었습니다.
꿈에서 깨어나 점차 정신이 들면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도 어린 아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생각하다가, 글을 쓰는 사람
이 되어야 겠구나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것같습니다.
이 역사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천천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
만, 그 결심이 그 이후 제 삶의 모습을 크게 결정지은 것이 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 인터넷 연결도 안되어서 메일을 쓸 수도 없는데 우선 워드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이 벅찬 느낌을 어떻게든 표현해야겠다 싶어서입니
다.
사실 선생님께 첫 치료를 받고 나서는 몹시도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평소에도 상념이 많은 편인 내가 본 것들이 과연 진짜인 것일까 하는 의심이 끊
이지 않고 솟아올라 번뇌가 가득 차오르곤 했습니다.
선생님의 메일을 받고, 아차 싶어서 제 마음 속의 불안과 의심을 빛이 녹이거
나 몰아내는 이미지를 계속 상상하면서 부디 ‘따지지 말자’를 반복해서 되뇌
었습니다.
제게는 1초 이상 같은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
울 정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너무나 잡념이 많아서 제가 만들어낸 꿈에서조차 끊임없이 딴생각을 하는 저를
발견하고 놀라곤 합니다.
그러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라치면 무조건 믿자를 마음
속으로 반복하면서 빛을 보내어 그 의심을 내보내거나 녹이는 영상을 상상했습
니다.
어느 순간,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옆에서 어머니를 빛으로 채우는 상상을 계속 하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
게 제가 선생님께 치료받을 때와 같이 빛으로 채워지는 느낌을 받게 되고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상태가 된다는 것도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사람의 상념의 힘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요.
혼자 누워 정신을 집중하고 어머니에게 빛을 채우는 영상을 그릴 때에도, 아무
런 의식도 노력도 없었는데도 제 자신이 빛으로 채워지는 느낌을 받고, 온 몸
이 빛으로 감싸이는듯한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오늘도, 부지런히 치밀어 올라오신 불신과 불안을 잠재우고 다스려가며 어머니
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계속 빛을 채우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어쨌든 많이 좋
아지시고 편해지신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아무리 의심이 많은 성격이어도 눈으
로 보고 있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는 없는지라 참 많이 기뻤습니다. 오늘 하루
내내 제가 벙글벙글 웃고 어머니 앞에서 곰세마리 춤까지 추었으니까요.
그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던 것입니다. 한 편
으로는 선생님 음성을 듣고 싶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만 들어
도 마음에 평화와 안정을 찾았던 기억이 있는지라 그렇게 선생님을 찾았던 것인
지도 모릅니다. 무척 조심스러웠지만 환하게 웃으며 받아 주시는 선생님 음성에
서 또 많은 사랑과 평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어머니께 전달하기에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어느 정
도 받아들이려 하셨지만, 가족들은 조소적이며 거부감마저 섞인 시선으로 저와
선생님의 책들을 바라보곤 했었으니까요. 가족들이 다 나간 틈을 타서, 비록 깊
은 신앙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독교 신앙에 크게 의지하고 계신 어머니에게, 하
나님의 빛을 느껴 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늘에서 하나님의 따뜻하고 강한 빛
이 어머니께 내려오는 상상을 하고, 그 빛으로 온 몸을 채우고 보호받는 상상
을 해보시라 했습니다.
뜻밖에 어머니는 피곤에 지쳐 눈을 감고 잠드시려 하는 순간에 살짝 고개를 끄
덕여 보이셨습니다.
어제 선생님께 다녀왔었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 후 제 나름대로 어머니를 치유하
고 있다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드려봤는데 그에 대해서도 별 거부감 없이 수긍하
시는 눈치였습니다.
선생님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호감과 믿음이 있으셨던 덕인 것같습니다. 선생님
책을 아주 흥미있게 읽으셨거든요, 그 힘든 항암 약물치료 중에도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집안의 기독교 신앙이 완고하고 편협한 것인지라 전생의 전자만 꺼
내고 무슨 마귀나 들린듯이 취급하는 친척들 때문에 첫 번째 책조차도 끝까지
다 읽지 못하셨지만, 그래도 그 책을 처음 접하실 때의 믿음과 호감이 남아 있
으셨던 모양입니다. 제가 항상 옆에서 지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머니의
내면은 역시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인 것같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와 함께 계속 빛을 채우는 상상을 하다가 어머니는 먼저 주무시
고 저는 새벽 1시 쯤 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이 들기 전에 한 번 더 자기 최면
을 걸어보려고 하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세 시쯤 깨어나, 최면상태는
의식이 말짱한 상태라는 선생님 말씀을 상기하며 맑은 정신을 유지하려고 애쓰
면서 작업을 다시 시도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머니께 향하는 빛이 좀 더 밝고 뚜렷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어머니
머리 뒤로 약한 후광마저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어머니는 좀 더 작은 모습이셨고 자꾸 뒤로 물러나시려
는 것같아 안타까와 하고 있던 중에, 이번에는 의사들이 어머니 주변에 몰려 들
어 빛으로 치유하고 있는 영상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유도하실 때에는 사실 뚜렷한 심상이 잘 떠오르지 않아 안타까왔는
데 어머니 옆에 누워서 다시 시도해보니 훨씬 뚜렷한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의사들이 빛으로 어머니 뱃속의 어두움을 치유해주고 있는 영상을 떠올리고 있
자니 갑자기 어머니 뱃속에서 뭔가 시커먼 것이 쑥 나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딱정벌레같이도 보이고 다리가 달린 벌레같이도 보였습니다.
(저의 유치한 심상에는 저 역시 체념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때 저의 상태는, 선생님께 치료를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슴이 두근
거리는 중이었습니다. 몸이 빛으로 꽉 차오르는 것같았습니다.
어쨌든 놀라서 그것을 빛으로 녹이고 물리치는 상상을 하고 있노라니 갑자기 어
머니가 일어나시는 것이었습니다.
많이 놀라서 어머니를 빛으로 채워드리는 마무리를 하고 일어나 어머니께 가 보
았습니다.
어머니는 많이 좋아지신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네가 잘난 척 할까봐 말 안하려고 했는데” 하시면서 말씀하시기를,
일어나서 햇빛(어머니는 이렇게 상상하시는 모양입니다)을 받고 있는 상상을 하
면서 저를 보았더니 제가 일어나더랍니다. 저야 물론, 세세한 이야기를 다 드
릴 수는 없었지만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기뻤지요.
조금 전에는 다시 잠을 청하시면서 제게 어머니 손을 잡고, 빛으로 치유해달라
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이 무슨 꿈만 같은 현실인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적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요.
황달을 지나 흑달이 와서 차마 볼 수 없었던 어머니 얼굴에 희미하게 홍조마저
떠오르고,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 잠을 못 이루시던 분이 밝은 모습으로 옆에
서 잠들어 계십니다.
선생님, 저는 처음에 솔직히 치료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저물어 가는 어머니 영혼에 빛을 보내주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이 모든 것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시고 깊은 눈으로 이해하시고
다 용서하시고 가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또 다른 욕심이 생기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네, 욕심을 희망으로 바꾸고 담담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이 옳겠지요.
하지만 어머니 마음에 생긴 변화만으로도 이미 기적 같은 치유가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자식의 입장에서 어찌 더한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대목에서 야단을 맞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희망과 사랑을 가지고 계
속 작업을 해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변적인 사고를 멈추라고 말씀하셨지만, 치솟아 오르는 의구심과 불안을 잠재
우기 위해서라도, 합리주의로 중무장한 저의 의식을 어느 정도는 설득하지 않
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본 것들이 무엇이건 상관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이 실체이건 아
니건, 아니 어쩌면 실체란 것이 없거나 무의미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합
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얼마나 강한 믿음을 키우고 흔들리지 않는 심상을 키워가는
가에 있는 것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어머니의 그것과 합해진다
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리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그것을 보고 있는 중
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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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최면유도를 한번 하고 또 한숨 자고 난
다음 비로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선생님께 다녀와서부터 오늘까지의 일이 꿈만 같고, 제가 가진 믿음이 금이 가
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과 감각이 확실하다고 믿고 움켜쥐고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은 얼마
나 협소한 것인가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을 되새겨 보면서, 한 사람의 의식이 우리 곁을 떠나 도
저히 다시 감각할 수 없는 세계로 가 버렸다는 그것이야 말로 믿을 수 없는 기
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기적과 신비에 가득한 사실들을 보고 들으면서도 무엇때문인지 우리는
발악적으로 그 협소한 감각적 세계에 천착하고 끝없이 부정하고 끝없이 의심하
고 살아가는 것인지.
아마도 두려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겠지요. 저도 여전히 몹시도 두렵습니다.
그 두려움을 한번에 떨쳐 낼 수는 없겠지만, 어머니와 저의 영혼을 위해서 매
일 한발자국씩 옮겨 놓으려 합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매우 평화로우십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의 안정을 찾으시고 기쁨의 웃음도 터뜨리십니다.
하나님의 빛을 받는다는 말씀을 하시면서도 전혀 거부감도 없으시고 얼굴에서
평화와 사랑이 느껴집니다.
주치의는 한 달...이라고 하더군요.
어쩌면 그보다도 짧은 기간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저의 바램대로 정말 오래가 될 지도 모르지요.
중요한 것은 어머니 영혼이 평화와 빛을 찾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을 것이
라는 느낌입니다.
이별은 언제가 되는 오는 것이니까요.
선생님의 테입을 들으면서 선생님 목소리 안의 평화와 사랑을 많이 받고 있습니
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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