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6-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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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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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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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병원문을 나섰습니다.
아주 짧았던 오늘의 최면시간이 제 마음속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최면치료 중 선생님께서 질문을 하셨을때, 전 아주 깊이 평화롭게 가라앉은 상
태였습니다.
"아파하는 생명들,그 옆에서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다." 고......오늘 전 그렇
게 말했지요.
입밖에 내는것과 동시에 그것이 아주 오래 묵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 단 한번도 사람들앞에서 그런 말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빈방에 혼자 있어도 그런 것들을 느낄때에는 그냥 묵살해버리곤 했어요.
"네가 어떻게? 지금 네 모습을 봐. 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네 일이나 제대
로 해......"
보글보글 거품처럼 올라오는 온갖 간섭들을 밀어내고,오늘 정말 하고 싶은 말
을 소리내어 말하고 나자 심장이 터질것처럼 두근거렸습니다. 폭발할 것 같았
어요.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짚어낸 한마디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제겐 아무런 대책도,방법도,길도 없지만 하나는 분명히 알았습
니다.
"그런 삶을 산다면 나는 아마 굉장히 행복할 거야."하고 느꼈어요.
제 영혼의 이미지라는 것...혼자 빛치료를 할때도 그런 부분은 생각해 본 적
이 없습니다.
오늘 선생님께서 그렇게 인도하셨을 때 곧장 거대하게 솟아있는 빛의 기둥을
보았습니다.
찬란하고 장대했습니다. 넘칠듯한 힘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꼈어요.
긍정적인 자아상이라는 말은 오히려 왜소했습니다.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저의 영혼이 거의 천사처럼 보였습니다.(계속 쓰려니 민
망하네요.) 지금껏 한번도 당당하고 훌륭한 제 모습을 꿈꾸어 본적이 없습니
다. "나"에 대한 어떤 기대도 바램도 희망도 제 안에서 꿈틀거리지 않았습니
다.시도조차 하지않았어요.
제가 느끼는 저의 이미지란 언제나 어둡고 적막하고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아까 어안이 벙벙해져있는 제게 "안 믿는건 여전하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때도 제 안엔 극과극처럼 대조되는 두개의 이미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어
요.
이제 시간이 꽤 지났지만 가슴에 잔상으로 남은 제 영혼의 모습은 계속해서 저
를 매혹시킵니다. 모든 이들의 영혼은 그렇게 아름다운 것일까요?
"나에 대한 희망을 갖고싶다.","아름답고 힘찬 내가 되고 싶다.","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싶다.".......
그런 바램들이 마구 소용돌이칩니다.
동시에 거품들도 함께 부글거리며 일어나지만 이미 터져버진 방둑처럼 심장이
크게 고동쳐요.
태어난지 몇개월 안되는 조카는 간신히 뒤집는 것이 고작이지만,저는 그 애를
볼때마다 신을,이 우주의 아버지를 생각하곤 했습니다.
너무나 작고 어여쁜 아기를 물끄러미 내려다볼때면 제 안에 가득히 사랑이 넘
실거립니다.
말할수없는 애틋함이 아기를 향해 흐를 때 , 하느님이 생각나곤 했어요.
이보다 더한 마음으로 나를 보시겠지,만물을 보시겠지 .......항상 그런 생각
이 들었어요.
"언제나, 영원히,거대한 사랑과 함께 있지만 내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라는
말이 지금도 가슴을 두드립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전 어제 시험 망치고 잔뜩 주눅들어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한마디도 못하겠
다 싶었어요. "그만둘까 ? 도망갈까? " 어젯밤 늦게까지 그 생각을 했었습니
다.
그런데 지금은,"무조건 일어나!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보고 시도해 보아야지.
될때까지 해 봐".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내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 라는 말의 울림은 정말 강력했습니다.
제 스스로 행하는 모든 것에 우주의 아버지께서 함께 하실것이라고 생각합니
다. 저를 사랑하시니 대신 해주시지는 않겠지요.
과잉보호로 저의 성장을 가로막지도 않으시겠지요.
지금 저는 혼자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신과 저의 영혼에 대해 깊이깊이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 어느때보다도 현실적
이 되어있습니다.
내일부터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까 생각했습니다.
계속 치료받을 수 있다고,과외수업받듯 공부하러 갈 수 있다고 해주셔서 감사
했습니다.선생님.
예전에 만나뵈었던 선생님들 생각이 또 났었어요. 모두 신념을 가진 좋은 분들
이셨습니다. 하지만 별 호전됨없이 시간이 자꾸 흘러갈 때, 피로해보이는 선생
님들을 뵈면 초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따금 짜증이 나신 듯하면 몹시 불안
했었어요.지레짐작인지도 모르지만요.
아까 치료실에 들어갈 때 환자용침대옆에 놓인 크리넥스 한통이 텅 비어있는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었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것일까."하
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젠 내일 수업준비를 해야합니다.
안녕히 계세요,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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