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99-09-27 00:00
|
치료사례 : 중년기 우울증 :환자 중심의 미래관적 입장에서
|
 |
|
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702
|
49세의 이모씨는 은행의 중견간부로 입사초기부터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아 빠르고 순조로운 승진으로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왔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이었지만 학교에서
공부도 잘 했고 원만한 대인관계로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고3 수험생시절이 끝날 무렵 잠시 심한 불안과 불면으로 고생했지만
대학에 합격한 후 저절로 해결되었다고 했다. 4남매의 맏이인 그는
어려서부터 장남으로서의 책임감과 인내심을 교사인 아버지에게서
계속 주입 받아왔고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항상 억누르며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다. 인문계열의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권유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상대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가서는
상사들로부터 예의바르고 성실한 직원으로 인정받았지만 은행일
자체에 별 흥미가 없었고 싫다는 말을 잘 못하다보니 남들이 할 일도
떠맡게 되어 부담스러웠지만 그런 대로 잘 적응하며 지냈다고 했다.
30세에 중매 결혼하여 남매를 둔 가정생활도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성격이 대조적이고 활발한 부인과는 거의 깊은 대화없이
지내고 있었다. 육개월 전 예금유치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이 직접
보증을 서주었던 대출건이 하나 잘못되면서 갑자기 가슴이 뛰고
불안해지며 심한 위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액수가 그 다지 큰 것도
아니었고 예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불안하거나 잠을
못 이루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대수롭잖게 생각하려고 애쓰며 지냈는데
불안과 불면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모든 의욕을 점차 잃어가고
출근하기도 싫어져 약국에서 수면제를 사다 먹으며 며칠 버티다가
할 수 없이 집에서 가까운 정신과 병원에 4개월간 다니며 약을 먹고
상담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조금 편해졌지만
근본적인 불안과 우울은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것 같아 불만스러웠다고
하며 어린 시절의 경험과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이 우울증의
원인이라는 주치의의 해석에 동의할 수 없어 상담치료에 거부감이
생겼다고 했다. 필자를 방문하기 약 한달 전부터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치료를 중단했고 치료를 중단한지 일주일쯤 지나면서 증상은
다시 악화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기가 싫고
직장에서 늘 대하던 사람들 만나는 것도 두려워 출근하거나 외출하기가
싫다."고 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한 후 보름만에 그 대출문제
가 원만히 해결되어 그 이후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증상은 전혀
좋아지지 않고 있다며 처음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몰라 무기력한
남편에게 짜증만 부렸다는 부인도 이제는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하고 덩달아 잠이 안온다고 했다.
** 환자중심의 미래의학적 치료
불안이나 우울증을 일으킬만한 원인이 분명히 있고 그 원인이
제거되면 증상도 같이 없어진다면 그것을 꼭 병이라고 할 수는 없다.
누구나 걱정거리가 있으면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다른 원인없이 불안이나 두려움, 우울 등의 정신증상들이 오래
지속되거나 드러난 원인이 없어졌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병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위 환자의 경우에는 우울증을 유발할
만한 사건이 있었지만 그것만이 원인이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나았어야 했다. 드러난 원인이 해결된 후에도 그를 괴롭히고 있는
우울증의 뿌리는 결국 그 몸이나 마음속의 더 깊은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이다. "우울증"이다 "불안증"이다 하는 말은 사실상 정확한
진단명으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 단순히 환자가 보이고 있는 증상중
어떤 것이 두드러지는가에 따라 붙인 이름일 뿐 원인에 따른 분류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폐결핵, 감기, 기관지염, 폐암
등의 환자들이 모두 기침을 한다고 해서 "기침증"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애매하고 모호한 진단명이다. 똑 같아 보이는 기침도
원인이 각각 다르고 그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듯, 같은
정신증상을 보이는 환자라고 해도 원인은 제각각이니 치료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 우울증에 대한 정신의학적인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의 두가지로 나뉘는데 이 두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
이지만 의사나 환자나 모두 바쁜 요즘은 주로 약물쪽에 더 크게 의지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신적인 증상에 왜 약을 쓰나?""약이 어떻게 정신증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하고 약을 먹는데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환자나 가족들이
많이 있지만 그것은 사람의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
지 못하는데서 오는 오해 때문이다.
신체적인 질병이나 균형의 파괴로 인해서도 우울증은 얼마든지 올 수
있고 정신적인 우울증으로 인해 여러 가지 신체적인 질환도 올 수
있다. 다시 말해 몸과 마음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몸속에 있는 화학적 물질들의 균형이 깨지면 우울이나 불안, 공포,
정신착란등의 정신증상이 일어날 수 있고 우울증환자들 혈액을
검사해보면 특정한 화학물질들의 작용이 증가하거나 감소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물들은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위 환자의 경우에도 처음 찾아갔던 병원에서 이런 이유로 약물치료를
했을 것이고 한 편으로는 우울증의 바탕이 된 정신적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서 정신치료를 했었지만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무의식속에서 원인 찾아보기
사람의 마음은 자신이 인식할 수 있는 "의식"과 인식할 수 없는
"무의식"으로 나눠지는데 원인을 잘 알 수 없는 모든 정신증상은
무의식속에 그 원인의 뿌리가 숨어있다. 일반적으로 정신치료에서
쓰고있는 면담기법들은 모두 "의식"이 지배하는 상태에서 대화를
하기 때문에 무의식속에 들어있는 원인들을 파헤치는데는 역부족이다.
평소에는 무의식속에 들어있는 정보가 의식속으로 떠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밤에 잠이 들어 꿈을 꾸는 것은 무의식속에 들어있는
정보의 작용인데 이때는 우리의 사고와 분석의 주체인 의식이 잠든
상태이기 때문에 그 꿈이 뭘 의미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가장
효과적으로 인간내면의 무의식속에 숨어있는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으로는 "최면"을 들 수 있다. 최면상태는 완전한 각성상태보다는
긴장이 풀어져 무의식의 활동이 왕성해진 상태로서 의식과 무의식이
교류할 수 있는 상태이다. 최면상태를 잘 이용하면 그 사람의 내면에
숨어있는 갈등과 증상의 원인들을 아주 빠른 시간안에 끄집어낼 수
있다. 각각의 환자들의 무의식속에는 마치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자신과 자신의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들어있다는 현대의
심리학적, 물리학적 발견은 다른 치료방법으로 해결 불가능했던
환자들이 적절한 최면치료를 통해 치유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이 환자 역시 최면치료를 원해 필자를 찾아왔고 이미 다른 형태의
정신치료를 받았었기 때문에 첫 면담에서 최면치료에 관한 설명을
해주고 다음 시간부터 최면치료를 시작해 일주일 간격으로 세 번만에
치료를 종결할 수 있었다. 처음 두 번의 최면상태에서 환자는 어린
시절의 억업되었던 감정들을 강력하게 분출시킬 수 있었고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울화,
자신의 그런 마음에 대한 죄책감, 장남으로서의 의무감,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과거의 다양한 기억들을 재경험하고 수용함으로써
그 사건들에 묶여있던 강하고 부정적인 감정의 찌꺼기들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시간에는 자신의 깊은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궁극적 목적과 생명의 의미, 자신의 영혼의 성장과 발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에 대한
명상,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로 자신의 모든 부정적인 에너지를
대체해주는 이미지기법등을 이용하였다.
환자의 증상은 첫 번째 최면치료후부터 눈에 띄게 호전되기 시작하
여 세 번의 치료후에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갔고 더 이상의 치료가
불필요하다는 점에 환자와 보호자도 동의했다.
최면치료의 종결과 함께 약물치료도 종결했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만 먹을 수 있는 가벼운 안정제를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기를 원해
몇 봉지의 안정제만을 처방해주었고 증상이 나타나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자기최면을 이용한 긴장완화법을 가르쳐주고 연습을 하라
고 했다.
이 환자는 치료를 종결한 후 지금까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무 탈
없이 생활하고 있다.
위 환자와 같이 현재 보편화되어 있는 기존의 일반적 약물과
정신치료로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 난치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의학이론을 따르는 치료기법들을 사용하여 단기간에 완치시키는 경
우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 치료법들은 현대의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연구자들의 새로운 발상과 시각의
산물이다. 이 환자가 단기간에 회복된 것은 의식의 간섭과 저항이
풀린 최면상태에서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문제들을 스스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 문제들과 연관된 부정적 감정들을 해소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삶의 궁극적 의미와
목적에 대한 명상적인 자각과 수용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
|
의료상담모음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