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99-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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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자의 자세 - 치료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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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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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오는 환자들은 거의 모두 다른 병원과 치료기관에서 사실상 치료를 포기
한 사람들입니다. 온갖 방법과 약물, 상담, 검사, 종교, 미신까지 골고루 경험
하고 시간과 돈과 정열을 모두 뺏긴 껍질만 남은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
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를 찾아오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저를 신뢰
하기보다 "또 실망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저를 바라봅니다. 이들중
많은 사람들이 "빙의나 다중인격"의 진단범위에 들어갑니다. 이들에게 가장 필
요한 것은 "나을 수 있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가르쳐주
는 믿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치료자의 모습입니다. 마치 극도로 사기가 저하
된 패잔병을 이끌고 독려하며 격렬한 전투를 치뤄야하는 장수처럼 치료자는 치
료초기에 많은 힘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자기를 맡은 치료자가 열과 성을 다해
진심으로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음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 환자들은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진지하게 노력을 시작하
고 치료자에게 기대어 움츠렸던 자신의 힘을 조금씩 찾아가게 됩니다. 치료는
팀웍이고 이 팀은 수평적인 대화속에서 힘을 모아가는 운명공동체입니다. 자신
에게 생명과 운명을 맡긴 환자를 위해 치료자는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치료자는 환자의 치료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치료가 진행되며 환
자의 내면에 평화와 안정이 조금씩 깃들고 환자의 마음속으로부터 "나을 수 있
을 것 같다"라는 믿음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할 때까지가 가장 힘드는 치료초기
의 시간입니다. 환자에 따라 이 시간은 빨리 올 수도 늦게 올 수도 있지만 분명
히 기억해야 할 사실은, 올바른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방법을 포기하지 않을
때 그 시간은 반드시 온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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