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0-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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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치료를 종결한 환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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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5,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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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최면치료를 종결한 환자의 편지입니다. 필요한 최면치료를 통해 얻
을 수 있는 긍정적 결과와 마음의 변화등을 볼 수 있는 내용이라 필자의 동의
를 얻어 게제합니다. 어릴 때부터의 위축감, 우울, 사람들에 대한 불신, 결혼생
활의 불화로 이혼직전의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했었던 분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8월까지 최면 치료를 받았던 ***입니다. 기억하시죠? 제가 8월에 최면 치
료를 세 번 예약했었는데 파업 때문에 두 번이 연기되고 마지막 예약일에 늦잠
을 자는 바람에 병원을 가지 못했어요. 너무나 죄송했지만 병원에서도 다른 연
락이 없고, 의료 분쟁이 계속되고 있던터라 감정적으로도 선뜻 연락할 수 없었
습니다. (의료 사태에 대해서는 물론 선생님께서도 여러 입장을 고려하셨을 줄
압니다) 무엇보다도 제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을 느꼈고, 치료를 받지 않고 얼
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선생님께 이 모든 것을 미리 말씀드리지 않
은 점을 사과드리고 싶어요.
치료를 중단한 이후에 제 삶은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많이 변화하였습니다.(이
런 상투적인 표현으로는 제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선생
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책임감 없이 저와 엄마를 떠나간 아빠를 증오하고 아
빠로 인해 내 인생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었지요. 쉽게 남
자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지만 정말 사랑했다고 믿었던 남자 친구로 인해 상처
를 받으면서 제 마음은 더더욱 병들어갔습니다. 결혼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만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남편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무능한 사람
처럼 보였고, 결혼 후 어렵게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자기 혐오에도 빠졌습니
다. 물론 치료 중에 인생의 의미나 영혼의 문제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
었지만 남편과의 문제는 생활의 문제이니만큼 계속 되었지요. 두살된 아들을 위
해서 고통스런 결혼을 계속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아빠처럼 아들아이를 떠나
갈 수도 없었습니다. 전생 요법을 통해서 고난도 내 인생을 위한 계획일 수 있
다고 인정하였지만 남편과의 문제는 그러한 깨달음으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
제는 아니더군요.
물론 지금도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남편도 저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남편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제
가 제 삶을 인정하고 직면한 여러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기 때문에 저희 부부의 문제는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전생 요
법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달으면서 저는 고통스런 자극에 좀더 담담한 태도
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사소하게는 불안한 심정을 가다듬는 것에서부터 반복되
는 남편의 문제를 이해하기까지 제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매일 스치
는 타인들이 내뱉는 공격적인 언사에 발끈하던 과거의 모습은 이제 부끄럽게 여
겨집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세상에는 용서하지 못할 일이 없더군요. 육신을
입고 "나"라는 한계를 떠 안고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다 죄인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로 동병상련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
니다. 저는 이제 아빠의 나약함을 용서하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저를 정죄했던
사람들과 남자 친구의 무책임함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정의롭지
는 않지만 정의를 지키지 못하는 나약함과 이기심이 안타까울 뿐 입니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우연히 남자 친구를 만났는데 다시는 얼굴조차 마주치고 싶지 않
았던 그에게 저는 스스럼 없이 안부를 묻고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
니다. 그도 저의 태도에 굉장히 놀라는 것 같았어요.
선생님, 중요한 것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자세라는 것을
요즘 매일매일 되내이며 살아갑니다. 결혼한 다른 친구들처럼 안락한 생활을 영
위하지는 못하지만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분명 제 인생의 완성을 위해 예
비된 것임을 확신합니다. 저는 요즘 뒤늦은 학위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제 동
기들은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데 이제야 석사 논문을 쓰게 되서 부끄럽지
만, 아들을 얻고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한 시간은 부끄럽지 않습니
다. 다행히 논문 중간 발표에서 여러 교수님께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전공인 **학에 대해 물으시고는 인문학이 가지는 실제적인 유용성
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셨지요. 저는 저의 학문적 성찰이 다른 이에
게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제게 그것
은 실제적인 유용성만큼이나 중요한 문제구요. *^u^*
그 동안 제게 일어난 변화를 말씀 드리고 정식으로 감사의 인사도 드리고 싶었
지만 논문 준비 등의 일로 시간이 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약식
으로 먼저 감사 인사 드릴께요. 요즘 가끔 TV를 보면 전생요법을 흉내낸 사이
비 아저씨가 채널을 종횡무진하더군요. 전생 요법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
은 저는 정말 황당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쇼가 얼마나 어처구
니 없는 것인지 열심히 설파하고 있답니다. 그러한 현상에 대한 선생님의 심정
은 더욱 답답하시겠지만, 저와 같이 작은 깨달음을 얻지 못해서 힘들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선생님께서 더욱 힘쓰실 줄로 믿습니다. 그럼 선생님
건강하시구요 다시 한번 제 삶의 아름다운 변화를 가능케 해 주신 점 감사드릴
께요. 다시 뵐 때까지 늘 행복하십시오.
11월 10일 늦은 밤, 이른 새
벽에
***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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