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2-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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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딩크와 한국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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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5,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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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급성장을 보고 사람들은 "기적을 이루었다."고 열광한다. 그 기적
을 이루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히딩크감독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경외심까지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술과 같은 그 기적에 우선적으로 필요했던 것은 정
확하게 한국팀의 상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여 소신있게 하나하나 극복해나간 그의 정열과 확신에 찬 추진력이었다.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확신은 낙관적 몽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과거의 감독들에게는 제한된 권력만이 주어져 협회와 정부, 언론과 여론으로부
터 자유롭지 못했고 지연과 학연, 선후배관계등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묶여
그 한계 내에서의 변신과 노력밖에 시도할 수 없었다. 우리의 상념속에 존재하
는 고정관념과 선입견, 열등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으면 현실에서도 새로운
결과는 창출될 수 없다. 왜냐하면 상념은 현실속에 그 모습 그대로 물질화되기
때문이다.
히딩크감독은 마술사가 아니라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 이었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결
해나갈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정확한 지식과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이라해도 한국내 축구계의 질시와 오해, 연이은 패배의 어려움 속에서도 그
를 신뢰하고 밀어 준 협회와 그의 지식과 판단을 신뢰하고 열심히 따라 준 선수
들이 없었다면 그 기적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고통 속에 갇혀있는 환자가 나아가는 것도 한국축구의 변화와 같다. 그의 상황
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가장 적절한 치료 계획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확신에 찬
치료자가 먼저 있어야 하지만, 그를 신뢰하고 따르며 자기 몫의 노력을 열심히
하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의 역할이다. 개방적이고 충분한 대화로 필요한 지식
에 대해 의논하고 오해와 의견차이를 극복하며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
이 치료과정이다. "아시아의 한계""체격의 한계" 등의 고정관념 속에 잡혀 있
던 축구선수들이나 "나는 환자이며 열등한 존재" 라는 자괴감 속에 살아 온 환
자들을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능력을 스스로 확인함으로써 가
지게 되는 희망과 자신감뿐이다. 스스로의 능력을 확인한 후 얻게 된 자신감과
희망은 쉽게 꺾이지 않으며 무한한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히
딩크감독은 정체된 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병들어있던 한국축구선수들을 완
치시킨 유능한 치료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셈이다.
유능한 치료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분석력이나 냉철함만이 아니라 환자에 대
한 "조건없는 진정한 사랑"과 "일퍼센트의 가능성만 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
는 불굴의 투지"이며 때로는 최선을 다하고도 사람들의 몰이해 속에 쏟아지는
비난과 실망스러운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이다. 나는 히딩크감
독의 얼굴에서 자신을 따르는 선수들과 축구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열정, 현실적
한계와 장애에 두려움없이 부딪힐 줄 아는 용기와 강한 집념을 볼 수 있지만 또
한 어떤 결과도 담담하게 수용하며 들뜨거나 좌절하지 않는 더 큰 용기와 성숙
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를 훌륭한 치료자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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