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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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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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3,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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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선생님..
저는.. 지금 올바른 자리에 있는 거군요..
선생님의 답장을 받고..
선생님 책을 다시 읽은 후에..
이제 자려고 이를 닦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이게.. 순서가 맞는 거라고..
저는..
평생.. 공부를 할거에요..
알고 있었어요..
영혼과 빛과 신과.. 진리와의 인연..
이것을.. 평생 계속할 거에요..
아마.. 공부도.. 어쩌면 가르치는 일도.. 평생 할거에요..
다만.. 이것은..
다른 사람들.. 다른 교수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거에요..
그걸 바랬거든요..
공부를 하면서도.. 막연히.. 두려워했어요..
완전히 들어가기가 두려웠어요..
제가 두려워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엘리트 의식..속물이 되는것.. 안달하는 우리 부모와 똑같이 되는 것..
그렇게만 표현하는건 한계가 있어요..
진리가 아니라는..
맞는 길이 아니라는 막연한 느낌..
그 느낌에 감사해요..
공부를 원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에너지.. 그 한계와 어두움도 같이 느낀 것 같아요..
다 버려도 상관없을만큼.. 아깝지 않을만큼.. 이곳에 들어와서 한 여러가지 경
험들이..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어요..
앞으로..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참.. 아니러니하죠..?
저는.. 이제 공부 그만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그러고 있었는데..
이런 자세에서 시작해야 비로소 내가 하고싶은 공부를 할수 있을것 같아요..
단순히.. 미국유행을 좇아 남이 안한 주제로 선진 논문을 써서 공부하고 들어
와 써먹는 그런식이 아니라구요..
그런걸 원하지 않아요..
아무 의미도 없거든요..
아마.. 다른 식이었다면..
유학을 가거나.. 해서.. 학위를 따왔다면..
힘든 유학시절.. 이갈면서 꿈을 갖고 공부해 돌아왔다면..
그래서 이런 현실에 맞딱뜨렸다면..
저는 다른 교수들과 똑같이 되었을 거고..
절대로 의미를 찾을수 없었을 거에요..
모두.. 엉망이 되고..
엉뚱한 명예욕..과시욕.. 같은것으로 허한 마음을 달래려고 했겠죠..
모두.. 실패했을것 같아요..
가정..가족.. 사랑.. 자식.. 가르치는 일..
하다못해.. 공부도.. 이상한 논문쓰고.. 학회에서 이상한 토론이나 하고 있겠
죠..
똑똑한줄 알고.. 남 무시하고..
인간관계는 꼬여만 갔을 거고..검은 에너지에 파묻혀있었을 거에요..
절대로.. 삶의 의미를 알지 못했을 거고..
내가 왜 이러는지.. 뭘 찾아헤매고 있는 건지.. 왜 행복하지 않은 건지..
절대로 알지 못했을 거에요..
맘 한켠으로..왜.. 이렇게 억울하고 분하고.. 미운지.. 슬픈지.. 억울한지..
그래요.. 억울한 마음.. 심술궂은 마음..
그랬더라면..
글쎄요..
자살하지 않았으면.. 병 나서 죽었거나.. 사고로 죽었을 수도 있고..
아마.. 세속적인 성공은 할지 모르지만..
저는 또 죽는 순간에 엄청나게 후회를 하겠죠..
그렇게 가슴아픈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그게 아니라는.. 인생을 낭비했다는 느낌이.. 사무쳤다구요..
내가 원했던건 그게 아니라는..
그.. 늙은 부자 아저씨.. 그가 죽을때..
그가 원했던건 사랑이었어요..
문득..
순서가.. 내게 생긴 일들이..
이 모든게.. 순서가 맞는 거란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본격적으로 공부나 가르치는 일이 시작되기 전에..
나 자신을 다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죠..
그럴거에요..
그래도..
이제.. 초조해하진 않을래요..
그냥..
담담하게 기다리며 뭐가 또 펼쳐지나 봐야겠어요..
저는..
방향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공부도 의미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때..
학생들은 내게 그런 메일을 보내고..
더이상 뭘 어째야 하는건지.. 그런 기분이 들어서..
막다른 길에 다다른 느낌이었어요..
그치만..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은..
정확한 순서로 일어난 일이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이런 안좋은 기분은..
몸이 좀 안좋을때 같은 거죠..
요즘은..이런 기분이 들면.. 내가.. 지금 좀 안좋구나.. 그런 생각을 갖게 돼
요..
누가 너무 싫다.. 화가 난다.. 뭐가 하기 싫다.. 화가 난다..
가족들에게도 심술궂어진다.. 짜증이 난다.. 그들을 위해 뭔가 해주는 것에..
이렇게 되면.. 내가 왜 이럴까 고민 오래하지 않고..
이런 것들을 하나의 징후로 보는 거죠..
엇.. 내가 지금 좀 아프구나.. 이상하구나..
"살갗이 찢어져 염증이 생기듯이.."
그래요, 내가 지금 좀 다쳤나보다..
그럼 그 감정에 너무 빠지지 않고..
그 어둠을 빛으로 통제하고 씻으려고 노력하게 되죠..
그런데 요며칠은 그게 잘 안되었었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마치..
체했는데 무슨 소화제를 먹어도 안듣고 더부룩해서 고생하다가, 맞는 약을 먹
고 좀 가라앉은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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