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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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면과 빙의진단의 오용과 남용, 무자격자의 치료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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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9,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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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최면과 최면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최면
을 배우고자하는 붐이 일어난 것은 1996년,"김 영우와 함께 하는 전생여행’
이 출간된 뒤부터로 볼 수 있다. 그 이전에도 최면은 국내에 알려
져 있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의료계에도 최면치료는 거의 알려지지 않
았었다.
‘전생여행’의 출간에 따른 사회적 반향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이후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최면현상을 특집으로 다루며 앞다투어 최면술사들을 출연시킴
으로써 대중에게 최면을 널리 알리게 된 것은 바람직한 면도 있었지만 한 편으
로는 이들이 보여주는 마술적이고 즉각적인 최면현상을 치료효과와 혼동하게
만드는 폐해가 생기게 되었다.
마술처럼 보이는 최면유도의 몇 가지 기술은 누구나 짧은 시간만 배워도 TV에
출연해 금방 스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증상으로 고통
받는 난치의 환자들의 문제점을 파고 들어가며 고쳐나가는 최면치료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최면치료’를 필요로하는 환자들에게 나는 언제나 그 치료의 정확한 내용은
‘최면을 많이 활용하는 분석적 정신치료’라고 말해준다.
최면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면현상자체가 아니라 환자의 고통에 대한 진
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깊이있는 상담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환자는 치료
자와 치료방법을 조금씩 이해해가며 신뢰를 쌓게 되고, 치료자는 환자의 과거
와 현재, 가족과 주변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치료자는 환자
가 호소하는 각각의 증상을 우선 내과, 정신과, 신경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야하며, 환자의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태도가 증상에 미치는 영향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자격을 갖춘 전문치료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교육과 경험의 범위를 넘
어 선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 함부로 최면치료를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치
료과정에서 치료자와 환자 둘 다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이
며 자칫하면 증상을 심화시키거나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나는 환자들이 TV에 출연하는 최면술사들과 인터넷을 통해 최면치료
를 한다는 사람들을 찾아가 치료를 받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되고 위험한 일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직업이 무엇이건
이들은 질병과 증상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치료자가 아니며 TV에서 어
떤 최면기술을 보여줬건 그것은 환자의 치료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기 때문
이다.
환자들은 누구에게라도 매달려 빨리 낫고 싶기 때문에 이들이 TV에서 보여주
는 마술적이고 즉각적인 최면현상이 곧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일 것
으로 착각하고 찾아가게 되고, 이들 역시 질병과 증상의 복잡함을 배운 적이
없고,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다양한 질병들을 구별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
의 최면기술로 환자를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질병에 대
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들은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TV를 통해 일반인 사이에
널리 알려진 ‘빙의’라는 진단을 남발하고 있다.
환자를 보자마자 ‘빙의’라고 하거나, 간단한 테스트를 한 다음 ‘빙의’라
고 하며 터무니없는 시술비용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 피해를 입는 환자들이 늘
어가고 있는 것이다.
빙의진단은 신중해야 한다. 빙의현상과 감별해야 할 유사증상을 가진 정신질
환 중 몇 가지만 살펴봐도 ‘정신분열증, 조울증, 해리장애, 전환장애, 인격장
애, 다중인격, 간질’ 등이 있으며 내과적 질환으로도 환각이나 망상을 동반하
는 정신증상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한 진단과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라 정신과 전
문의들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진단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마구잡이로 환자에게
‘당신은 빙의’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왜 병원에 오래 다니
느냐? 나는 한 두 시간 만에 당신을 낫게 해 줄 수 있다.’ 라고 환자에게 큰
소리치는 시술자도 있다.
이들의 이런 태도는 정신증상의 복잡함과 빙의현상의 다양함에 대한 무지에서
생기는 것이고 자신이 시술했던 사람 중 증상이 호전된 사람들도 있다고 믿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빙의라는 현상은 상처가 있는 곳에 세균이 감염되는 것처럼
환자의 내면에 깊은 상처와 문제점이 있을 때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환자의 내면의 문제와 상처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제대로 치유되기 어렵다. 표
면적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은 재발하게 되
고 시술 후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하는 것이다.
치료의 과정은 아이가 자라는 것과 같다는 얘기를 나는 환자들에게 자주 한
다. 자라는 모습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하루하루 올바른 생활을 꾸준히 할
때 어느 새 훌쩍 어른이 되어가는 어린 아이의 모습과, 힘들어하면서도 한 번
한 번의 치료를 통해 꾸준히 나아지는 환자의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발육
이 더 빠른 아이가 있듯 더 빨리 낫는 환자가 있고 늦게 자라는 아이처럼 시간
을 끄는 환자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환자와 보호자, 치료자 모두가 알고 차분
하게 치료의 과정을 실천해나갈 때 가장 좋은 치료결과가 보장되며, 무자격자
에게 요행을 바라고 자신을 맡기는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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