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99-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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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빛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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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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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아직 1학년이라 전공에 별로 조예가 깊진 않지만, 인간의 영혼과 종교에 대한 문제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책들은 저의 삶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글로써나마 선생님께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저는 약 1년 전, 한 신비한 체험을 하였습니다. 저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물론 강의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음 속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몸 어디에선가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는 느낌을 받으면서 순간 어떤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카메라 플래시 셔터를 누르면 주위 전체가 환해 지잖아요. 그런 빛이었습니다. 그러나 카메라의 섬광은 한 순간 번쩍하고 사라지지만 그 빛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경험을 하는 동안 저는 교수님이 강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지속된 시간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몇 분 동안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저는 처음에 그것이 UFO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또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라는 게 이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저는 강의실에 같이 있던 친구들에게 저와 같은 것을 보았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들은 강의 도중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 빛은 단 한 번 나타났다가 사라졌지만 그 이후 신체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우선 물체의 색깔이 매우 선명하게 보입니다. 텔레비젼을 볼 때 각 방송사마다의 화질이 다른 것처럼 저의 시야의 화질도 변했습니다.
그리고 얼굴 부위에서(또는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누르는 것 같기도 하고 잡아 당기는 것 같기도 한 자극이 느껴집니다. 이것은 평소에는 잘 의식하지 못하나 무언가에 집중을 할 때, 공부를 하거나 눈을 감았을 때 느껴집니다.
마음의 상태도 변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우울에 빠지기도 잘 하고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이젠 그런 일이 별로 없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걱정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고, 사소한 걱정이 생기긴 하지만 그것을 곧 잊어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시 고민스러워 하는 점은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저는 심각한 과대망상에 빠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세 가지 증상 중 첫번째 증상(시야의 화질 변화)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그것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나머지 두 변화는 제가 혼자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체험이 있고 나서 저는 서점과 도서관 등을 찾아 다니면서 깨달음이나 신비주의 등에 관한 많은 책들을 구해 읽으며 저의 경험을 그것들과 연결시키려고 애썼습니다. 어쩌면 그 두 증상들은 그 책에서 얻은 정보들을 마치 제 것인 양 상상한 것에 지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글들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개념은 욕망의 소멸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욕망은 오히려 강화된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 두고 새로운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야심이 있었습니다. 또한 식욕과 같은 원초적 욕망도 강화된 것 같습니다.
한 신경정신과 의사 선생님께 상담을 부탁드렸는데, 그 경험 전후의 여러 상황을 종합하시고는 저의 증상들은 스트레스와 허약한 체질로 인해 생긴 것들이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시면서 심리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시더군요. 그리고 제 시야의 변화 문제를 두고, 혈당량의 수치가 낮으면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시며 혈액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또 얼굴면을 누르는 느낌에 대해서는 CT촬영을 해 볼 것을 권하셨고요.
그러나 저는 저의 소중한 체험이 그렇게 단순한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검사들을 받지 않았습니다. 부모님 몰래 받은 상담이어서 검사를 받을 만한 돈도 구할 수 없었고요.
가족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저의 경험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봅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저의 경험을 말할 수 없습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 다시 회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영혼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는 분이기에 적절한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저의 경험은 정말로 그 의사 선생님의 진단처럼 단순히 육체의 문제로부터 시작된 것에 불과할까요?
선생님께서 이와 비슷한 임상 사례를 가지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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