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0-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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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神人, God-man)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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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우
 조회 : 6,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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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사람이 문득 신인(神人, God-man)을 만났다.
그의 모습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그 사람은 그 신인이 "만일 어떠어떠하다면"
하며, 흠집도 내고 따지며, 비판만 하며 그의 이면에 감춰진 영성을 바라보지
못하였다.
그 신인은 어느날 의심에 빠진 그 사람에게 그의 영성을 보여주었다. 아닌 듯
기인 듯..애매하게.
신인의 영성은 그 사람의 내면을 비쳐주었다. 신인의 빛나는 모습은 일상 속에
녹아있었고, 그의 아름다운 모습 속에서 그 사람은 취해버렸다.
한참이나 흐른 뒤 신인은 그 사람에게 문득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
여 주었다.
너무나 흉한 그의 모습에 그 사람은 놀라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사람의 내면은 묻고 또 물었다. "그는 과연 신인인가 괴물인가?"
신인은 그런 흉한 모습으로 장난하듯 그 사람에게 물었다.
"그대는 나의 아름다운 측면만을 흠모했느냐?
이런 모습도 바로 나라는 것을 모르는가, 편협성에서 벗어나라.
영성은 아름다움에서도 그 반대의 모습에서도 빛나는 것이다.
그대가 만일 나의 아름다움에 반했다면 그대는 나의 반쪽만을 사랑한 것이
며 세월이 가고 그대의 눈이 아름다운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할 때 그대는 그
대의 세월과 함께 내게서도 단지 무상함만을 느끼리라.
그대가 다시 태어나는 이유는 언제나 그대가 사랑한 자의 아름다운 모습에
만 취해 그의 흉한 모습을 인정치 않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대가 사랑한 모든 인간들은 그대와 마찬가지의 모습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대는 나의 이런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나의 본질
만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 그대는 언제나 그대 자신의 부정적 측면을 간과했기
에 마치 사실이 아닌 듯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낯설어하는 것이다."
인격체가 아닌 영혼의 상태에서 우리는 같은 모습이었다.
분리성이 없던, 자아가 없던 "있음" 속에서 우리는 같았다.
우리가 너와 나로 나뉠 때도 우리는 같은 모습을 가지고 태어났다.
내게 흉한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그대가 생소하게 느낀다면 그대는 그대의 내면
에 담겨있는 흉한 모습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치 않으려는 마음때문이다.
알 수 없는 것은 느낄 수도 없기에 그러하다.
그대가 진정 나를 흠모한다면 그대는 나의 흉한 모습조차도 어느 날 계절을
알리기 위해 칙칙하게 내리는 비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대는 내게서 그대가 보려고 원하는 것만을 볼 수 있다. 나를 깎아내리기 위
해 눈을 번뜩인다면 그런 면만을 볼 것이고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다면 무한
한 아름다움과 섬세한 완성을 볼 것이다. 나를 시험하고 내 앞에서 자신을 과
시하고자 한다면 나 또한 그대와 같은 수준에서 유치하고 장난스런 짓궂음만을
보일 것이다. 나는 언제나 거울처럼 그대 마음 속의 모습을 비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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